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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블루칩인터뷰] 학진 “10년 한 배구 대신 연기 선택… 후회 없어요”
입력 2016-07-21 14:26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세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학진입니다. 최근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형님들과 함께 배구를 하면서 시청자 분들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학창 시절 때에도 우승은 해봤지만 이번에는 정말 우승하니까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닌 즐기려고 하는 배구를 했는데도 우승까지 하니까 정말 좋았어요. 정말 눈물이 펑펑 날 만큼 감격이었답니다.(웃음)



◇ ‘예체능, 저의 대표작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배구선수 출신이라 이렇게 ‘우승이 목표가 아닌 배구를 처음 해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배구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했고요. 신인배우로서 예능을 출연하게 된 건데, 선수 출신이라 더 주목받을 수 있었어요. 부담감이 당연히 컸죠. 연예계 선배님들과 함께 하는 데다가 제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지고 나서 제가 강호동 형님을 비롯해 같은 팀 선배님들께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형들이 혼내시더라고요, 그런 게 어디 있냐고요. 왜 그렇게 혼자 부담감을 가지려고 하냐면서 제게 함께 더 열심히 하자고 격려를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이겼을 때에는 회식을 무조건 했는데, 그게 정말 좋았어요. 팀 막내로서 형님들께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일단 강호동 형님의 리더십을 눈으로 보고 경험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제가 어렸을 적부터 봐왔던 엄청난 대선배와 한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거기에 형님께서 챙겨주시기까지 하니 감사하더라고요. 제가 댓글을 다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호동 형님께서 ‘댓글을 너에게 자칫 독이 될 수 있으니 지금 하는 것에 충실하고, 주변에서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이라고 당부하셨어요. 이런 좋은 말씀을 셀 수 없이 해주셨어요.

사진제공=싸이더스HQ


오만석 형은 저를 집에 초대해서 연기도 가르쳐주셨어요. 형님께서 출연한 대본들을 다 가지고 나와서 제가 리딩하는 걸 다 봐주셨어요. 조동혁 형도 선배님이신데도 항상 ‘같이 하자고 해주셨고요, 슬리피 형은 제게 랩을 가르쳐주시기로 했어요. 제가 ‘쇼미더머니를 보고 힙합에 빠진 것도 있고, 말을 빨리 못 해서 고민이었는데 슬리피 형이 랩을 배우면 좋아질 거라고 가르쳐 주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작업실에 초대하셨는데 아직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갔는데 조만간 가서 슬리피 형님께 랩을 배워오려고요.(웃음)

막내여서 저는 정말 받기만 했어요. 선배님들이 살뜰히 챙겨주셔서 잘 적응했고, 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눈길을 받기도 했고요. 이게 바로 인생작 아니겠어요. 사랑도 얻고, 팬도 생겼고, 형들도 생겼고요. 아무래도 배구를 10년을 해왔으니 제가 제일 잘 하는 걸 꼽으라면 배구인데 이를 TV에선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났잖아요. 26년 살면서 최고의 운을 지금 맞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 연기 데뷔작 ‘악몽선생, 김소현 ‘선배님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저의 연기 데뷔작은 지난 3월 공개된 웹드라마 ‘악몽선생이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에는 운동을 하느라 교복을 많이 못 입었거든요. 오히려 작품하면서 교복을 원없이 입었어요.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또 한 번 매력을 느끼게 됐고요. 학창시절에는 자주 입지 못했던 교복을 작품 하면서 입게 되니 참 신기하더라고요.

사진=예체능 방송 캡처


‘악몽선생을 하면서 감독님께서 연기 티칭을 많이 해주셧어요. 연기 학원도 추천을 해주시고, 제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같이 고민해주시고요. 끝나고 나서 ‘잘했다고 해주시는 게 그렇게 감동일 수 없더라고요. 배우에게는 그 ‘잘했어 세 글자가 주는 뭉클함이 남다른 거 같아요. 성취감이 정말 이렇게 클 수 있구나 실감했죠.

제가 맡은 석필호란 인물은 안시연(김다예 분)이 쓰는 일기장 속 허구의 인물이에요. 시연이가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을 주는, 쓰는 대로 이루게 해주는 캐릭터죠. 그래서 아무래도 어려웠어요. 마지막 신에서 시연이의 일기장이 불태워지고 제가 ‘나한테 왜 그랬어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원하는 대로 다 해줬는데 왜 날 불태워라는 게 있었기 때문에 납득이 잘 안 되더라고요.

‘연기 선배님인 김소현 ‘선배님이 연기 부분에서는 정말 많이 알려줬어요.(웃음) 제가 한 마디를 하더라도 정말 준비를 많이 하거든요. 한 네 가지 정도를 준비해가서 소현이한테 ‘어떤 게 제일 나아?라고 그 앞에서 직접 해봤어요. 그러면 소현이가 ‘이게 가장 좋은 것 같은데?라고 조언해주는 게 정말 딱 맞더라고요. 역시 쌓인 경험치가 다르달까요. 그래서 소현이를 믿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땐 말하지 못했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어요.

최근엔 ‘별 프로젝트라고 해서 다른 기획사 신인 배우들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실 다른 회사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데 정말 좋은 형, 누나, 동생,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오디션에서 만나서도 서로 응원해주고, 연습도 하고 그랬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을 얻었구나 싶더라고요. 신인만의 힘든 점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를 머리 맞대고 고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사진=악몽선생 방송 캡처


◇ 10년 한 배구를 놓고 연기를 잡은 것, 후회하지 않아요

제가 배구선수 출신이에요. 3학년 때 취미 삼아 하다 그만뒀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유니폼 사가지고 집까지 찾아오셨어요. 그래서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해서 대학교 1학년 전국체전까지 마치고 배구를 접었죠. 물론 전부터 TV 속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했고, 주변에서 연기하면 좋겠다는 말도 했었지만, 결정적으로 배구를 접게 된 건 부상 때문이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무릎 수술을 했어요.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어깨의 연골이 닳아서 배구를 오래 못 할 거라는 말을 들었죠. 계속 하고 싶었지만 서른도 못 가서 운동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현실주의자에요.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었죠. 부모님께 배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어요. 어머니께서 평소에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주시는 분인데, 그 때만큼은 정말 격렬히 반대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군대 다녀와서 하고 싶은 거 본격적으로 해보라고 하셨죠.

그래서 군대도 굉장히 일찍 다녀왔어요. 올해가 동원 훈련 마지막 해랍니다.(웃음) 당시에 아버지께서 공군에 지원을 해놓으셨더라고요. 울며 겨자먹기로 간 거였어요. 당연히 싫었죠. 중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숙소 생활만 했는데, 또 다시 아무도 모르는 집단에 가야 한다는 게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였죠. 그 땐 아버지가 정말 원망스러웠는데, 지나고 보니까 정말로 감사하더라고요.(웃음) 군대를 미리 다녀오고 열심히 배우에 전념할 수 있어서 지금은 정말 아버지의 그 선견지명에 감사하고 있어요.

사진제공=싸이더스HQ


운동을 그만 두는 것에 저 스스로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만, 부모님께서도 그 고민을 함께 겪었어요. 어머니께서는 원래 운동하는 걸 반대하셨는데, 시합장에서 제가 뛰는 모습을 한 번 보자마자 전폭적으로 서포트해주셨어요. 그런 제가 운동을 그만 두니 그것만큼은 양보를 못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예체능 보시면서 많이 풀어지신 것 같아요. 스태프들과 출연진 몫의 도시락을 손수 다 싸주셨는데, 그걸 보니 기분이 남달랐어요.

10년을 한 배구를 놓는 게 쉽진 않았죠. 군대 다녀오고 나서도 대학교 감독님께 계속 같이 하자고 러브콜도 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때에는 이미 제가 ‘배우의 맛을 본 후였어요. ‘지금은 배구보다는 배우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후회요? 그런 건 없어요. 연기는요, 제가 공부를 하고, 고민을 하면서 그 상상했던 걸 그대로 표현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말할 수 없죠. 그리고 그걸 보는 분들이 이에 공감해주고, ‘좋다고 해주면 그것만큼 큰 성취감은 세상에 없을 거예요. 그게 ‘배우의 맛인 것 같아요.


◇ 다른 사람들이 1시간 할 때 전 10시간해서라도 해낼 겁니다.

다른 연기자 분들은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전공하신 분들이 많죠. 제가 비교적 늦게 시작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계산을 해봤는데 다른 분들이 한 시간 하면 전 10시간을 해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결과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그만큼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멋진 연기를 할 수 있는 건데, 저도 발전하려면 무조건 시간을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사진제공=싸이더스HQ


처음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내가 언제 잘 될까 ‘언제쯤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컸죠.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굴이 어두워지고 축 늘어지더라고요. 주변에서도 그걸 알아보고요. 그래서 ‘내 할 것을 제대로 하고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니까 주변에서 ‘얼굴 좋아졌다고 말해줬어요. 전엔 시간적인 압박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마음이 바쁘더라도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마음 속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요.

저의 롤모델은 김우빈 선배님이에요. 제가 정말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인성도 좋고, 예의를 중요시하고, 주변에서도 김우빈 선배님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배우요. 그리고 운동을 해서 그런지 ‘1등은 꼭 한다는 승부욕이 정말 강해요. 그렇다고 연기에서 ‘1등을 가릴 순 없지만, ‘저 친구 연기는 최고다 이런 얘기는 언젠가 딱 한 번쯤은 듣고 싶어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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