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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의 KBO, ‘나 홀로 대책’에는 한계 있다
입력 2016-07-21 06:02 
20일 KBO를 강타한 ‘더블스캔들’. 삼성 안지만(왼쪽)은 불과 1년새 도박 연루 혐의로 두차례나 검경 조사를 받는 초유의 선수가 됐고, NC 이태양은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기소가 임박했음이 알려지면서 NC의 계약해지가 발표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KBO로서는 최악의 하루였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9년 연속 500만 관중 돌파를 기다리고 있던 20일 오후 삼성 투수 안지만(33)이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개설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음이 알려졌다. 이후 2시간 반이 채 지나지 않아 NC 투수 이태양(23)이 브로커에게 대가를 받고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기소를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터졌다.
단 반나절 만에 몰아친 두 스캔들이 모두 ‘폭탄 급이다.
프로 14년차 베테랑인 안지만은 KBO 통산 최다 홀드 기록(177)을 보유 중인 리그 최고의 스타 셋업맨이다. 지난해 첫 10승을 달성한 이태양은 NC의 주축 선발 투수이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마운드의 ‘영스타였다.
삼성은 ‘도박스캔들에 여러 번 휘말린 바 있는 구단이어서 치명적이고, ‘제9구단 NC는 리그 최고의 ‘클린이미지를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던 젊은 구단이어서 충격적이다. 이쯤 되면 리그 전체의 전방위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혹, 선수단 관리 실태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을 피할 수 없다.
KBO는 참담한 분위기다. 지난 2012년 영구제명됐던 박현준 김성현(이상 당시 LG)의 승부조작 스캔들 이후 리그는 다시 태어나는 수준의 ‘새출발을 다짐했다. 선수단의 인성 교육을 강화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법무부, 프로스포츠협회 등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해왔다. 선수의 승부조작 가담이나 불법스포츠 도박 연루는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리그에서도 실격처분 제재를 받는 야구규약상의 ‘부정행위다.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리그 차원의 대책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만, 과연 KBO 주도적인 대책들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현실 파악 역시 필요하다. 오히려 KBO가 ‘총알받이가 될 수록 진짜 바뀌어야 하고 반성해야 하는 주체들의 문제점은 가려진다는 비판도 거세다.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자리 잡고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지만 적지 않은 프로야구 스타들이 그들이 누리는 팬들의 응원, 부에 걸맞은 책임감있는 프로의식과 개념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의 일탈 행위와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휘말리곤 하는 구단들의 안이한 대처와 부적절한 판단이 선수들의 일탈과 리그 전체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쓴소리도 있다. 특히 현장과 구단들이 사고 선수의 죄질 보다 ‘전력상 가치에 따라 선수 감싸기에 나선다는 의혹도 끊이질 않는다. 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리그의 위상과 가치를 우선하는 구단들의 단호한 쇄신 의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KBO는 팬들에 대한 사과와 강력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여기에 선수와 구단까지 세 주체가 위기감을 공유하고 뼈를 깎는 반성을 함께 해야 한다. 이중 단 한 주체라도 리그의 인기가 영원하리라 착각하는 순간, 프로야구의 진짜 위기가 닥칠 수 있다.

20일 KBO 10개팀은 전국 5개 구장에서 전날의 승패팀이 모조리 뒤바뀌는 ‘장군멍군의 흥미로운 승부를 펼쳤지만, 그 어느 경기도 응당 받아야할 뜨거운 관심과 환호를 끌어 모으지 못했다. 뉴스를 뒤덮은 스캔들 폭탄에 팬들의 실망감과 리그에 대한 염증만 심해졌다.
안지만은 지난해 KBO의 ‘가을야구를 망쳤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해외원정 도박 스캔들에도 연루된 바 있다. 혐의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경찰의 내사 종결 역시 확인되지 않은 채 지난 4월 그라운드에 복귀했으나 지난달 말 경찰의 소환 조사가 한차례 더 진행되면서 삼성을 곤혹스럽게 했다. 현재 검찰이 혐의점을 잡고 조사 중인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이태양은 지난달 말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고 NC는 상황 파악 직후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경찰 수사에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이태양의 기소 임박 보도가 나온 지 한 시간 만에 NC는 구단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태양의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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