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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view] ‘부산행’ 익숙한 공간, 익숙한 인간군상…그래서 더 무섭다
입력 2016-07-20 08:51 
볼거리, 메시지 모두 잡은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MBN스타 손진아 기자] 지키고 싶은,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사투를 벌인다. 그 가운데에는 나만 살기 바쁜 사람, 누구 한 명이라도 같이 빠져나오기 위해 손을 뻗는 사람, 그리고 그 중간에서 갈팡질팡 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영화 ‘부산행은 단순히 좀비에 의한 공포감을 형성하지 않는다. 좀비와 혈투를 벌이는 상황 속에서 현대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로, 제 69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일찍이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다.

영화는 부산으로 달리는 기차가 출발하기 전 바이러스 감염자가 탑승하고, 승객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기 시작하면서 재앙의 알림을 울린다. 기차에 갑자기 들이닥친 좀비떼와 무섭게 달려드는 좀비들을 피해 혼비백산한 사람들은 관객들을 스크린 안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 탑승한 인간들의 심리를 그리기 위해 고심했다. 그의 고심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더욱 심도 있게 그려졌다. 오직 나 자신과 딸만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오면 된다는 사람, 아내를 지키는 건 물론 극한 상황에서도 이성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최고의 민폐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무한한 이기심을 드러내는 사람, 그리고 음모론을 숨기기에 바쁜 정부 등 혼란스러움 속에서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했다.

특히 ‘부산행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는 좀비다. 좀비가 어떤 형상을 띄고 있을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일지 한국형 좀비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게 대다수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관절이 꺾이는 몸짓, 축 늘어진 어깨,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염자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숨죽이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공포와 더불어 기이한 소리로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해 낸 감염자를 연기한 배우들은 박재인 안무가를 통해 완성된 좀비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구현해내며 현실적인 그림을 완성, 극의 몰입을 높인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김수안 등 배우들의 호연도 한 몫 한다. 공유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열차 안에서 절제된 액션까지 소화한다. 정유미와 부부 케미를 제대로 빛낸 마동석은 존재만으로도 든든함을 얻게 한다. 아역배우 김수안 역시 인상적이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성숙한 감정연기로 관객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든다. 오는 20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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