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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하시은, 포기의 순간 ‘또 오해영’이 왔다
입력 2016-07-19 10:09 
[MBN스타 금빛나 기자] 사람들은 흔히 돈이 없어도 좋은 친구가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을 하곤 한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주는 것마저 인색한 세상,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하시은이 연기한 희란은 모두가 한 번쯤은 꿈꿔봤을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제가 연기했던 희란은 일에 있어서 프로의식이 강하고 삶에 있어서 개성이 넘치는 인물이었어요. 사랑 앞에서 늘 당당하고 주도적인 여자로, 친구에게도 할 말은 딱 집어서 해줄 뿐 아니라 대신 화를 내 줄 줄 아는 사이다적인 성격을 가진, 그런 매력적인 인물이었죠.”

지금에서야 잘 됐지만 사실 하시은이 연기한 김희란은 ‘또 오해영 초창기 인물설명에 다뤄지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적은 단역에 부탁했다. 단역에 불과했던 하시은이 사람들의 눈에 들 수 있었던 데에는,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 희란이라는 역할을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희란만큼 아니지만 저도 친구와 의리를 중요시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랑 역할이 잘 어울렸나봐요. 친구들 사이 챙김을 받기 보다는 사람들을 챙겨주는 경우가 많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는 편이어서 연기에 몰입하기가 좋았죠. 무엇보다 제게도 희란과 같은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연기할 때가 많았어요. 그리고 문득 나에게도 그런 친구 있으니 내 인생은 그리 외롭지 않구나 싶기고 했죠. 다만 이 외에 나머지 부분은 저와 다른 것이 많았어요. 제일 크게 달랐던 부분은 노출과 화려한 메이크업이랄까. 어떤 부분에서는 ‘아 나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죠.(웃음)”

희란을 연기한 하시은이 눈에 띈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오해영을 연기한 서현진과의 연기호흡과 케미가 실제 알고 지냈던 친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잘 어울렸던 것이다. 좋게 봐 주셔서 다행”이라고 웃으며 말을 한 하시은 서현진과 남달랐던 케미 비결과 관련된 질문에 실제로도 친하다”고 답했다.

아무래도 희란이 가장 많이 만나는 인물이기도 하고, 함께 대기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서 그때마다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기로 나타났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걱정하게 된 것이죠. 현진이는 정말 배울 것이 많은 친구에요. 연기 뿐 아니라 촬영에 임하는 자세까지, ‘또 오해영을 함께 연기하면서 배운 것이 정말 많아요.”

하시은에게 있어 ‘또 오해영은 ‘인생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별한 드라마로 남았다. 단순히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서가 아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포기하려던 순간 다가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왔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건 아니잖아요. 기회가 올 때 실력과 운, 그리고 매력이 함께 따라줘야 하는데, 그걸 갖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쳤고 아니라고 생각한 순간 희란이 제게 온 거죠.”


하시은이 ‘또 오해영에서 희란을 연기하게 된 배경에는 송현욱 PD가 있었다. 2009년 KBS2 TV소설 ‘청춘예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 PD로 부터 어느 날 갑자기 ‘또 오해영에 출연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은 것이었다.

‘청춘예찬에 출연한 이후 간혹 명절문자만 주고받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제게 연락이 온 거에요. ‘또 오해영에 출연하지 않겠냐고. 그렇게 저는 ‘또 오해영에서 제일 마지막에 합류하게 됐어요. 캐스팅 된 이틀 뒤 리딩에 참여했고, 그렇게 촬영이 시작됐죠. 나중에 송현욱 PD님께 ‘왜 저를 캐스팅 하셨나요?라고 물었더니 하시는 말씀이 ‘뭔가 나를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뭔가 이상하게 생각이 났고 이 역할을 줘야겠다는 송현욱 PD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뭐랄까 무척 감동이 왔어요.”

서른 넘으면 되게 멋질 줄 알았어. 오피스텔 살면서 자가용 끌고,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도 가고, 사랑도 되게 멋지게 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이렇게 미련하게 휘청거리기나 하고” 하시은은 ‘또 오해영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해영이 희란에게 건넸던 대사를 꼽았다. 20대에는 희망적으로 기다렸고 서른이 넘어가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버텨나갔던 하시은에게 있어 가슴을 울린 한 마디였던 것이다.

하시은이 처음 꾸었던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 하시은의 말에 따르면 배우를 하기에는 매력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2004년 ‘두근두근 체인지에 잠깐 출연하기는 했지만 정식으로 한 것도 아니었으며, 도리어 이후 그는 평범한 대학생활을 보냈었다. 하시은의 삶을 바꾼 것은 친구를 따라간 게임VJ 오디션이었다.

제가 인하공전을 나왔는데, 전 당연히 스튜어디스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친구가 게임VJ 오디션을 보러 간다기에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같이 갔고, 합격을 하게 된 것이죠. 그걸 하면서부터 취업 시기를 놓치게 됐고. 한 번 놓치니까 해가 넘어가더라고요. 그러다보니 MC라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배우를 해볼까 연기를 배우게 됐고,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2009년 송현욱 PD님을 만나게 해준 드라마 ‘청춘예찬이었어요.”


그렇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하시은이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니었다. 1년 만에 KBS2 드라마 ‘추노에서 뇌성마비를 앓는 이선영을 연기하면서 연기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연기가 너무 강렬했던 탓에 다음 작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추노는 제게 고마운 작품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보니 다음 작품으로 뚫고 들어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평은 좋았지만 이후 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도 있었죠. 캐릭터 연기를 하는 것과 일반적인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 시너지가 달랐고, 저는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가 있었죠.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그동안 이를 못 뚫고 올라왔다는 것은 결국 제가 부족했다는 것이었죠.”

하시은은 배우가 된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기회는 오지 않았고, 일의 상황이 잘 풀리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급하고 마음 졸이기도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그가 연기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일이 꾸준하게 들어오는 곳이 아니잖아요. 캐스팅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백수에 가까운데, 이를 버티고 기다리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역할을 연기했을 때 오는 기쁨이 컸으며, 저희 부모님께서 묵묵하게 기다려주셨던 덕분이었어요. 일을 그만둬야 하나 수없이 생각 했었는데 그때마다 다잡아준 주신 분도 부모님이셨어요. 가족들이 믿어주니 저도 버텼지, 만약 그만두라고 했으면 벌써 진작 그만두지 않았을까 싶어요.”

참고 버텼던 하시은에게 ‘또 오해영은 선물과도 같았다. 하시은은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로 가족들이 무척 기뻐하고 좋아해 준 것을 꼽았다.

오빠가 있는데, 제가 연기를 이래 처음으로 전화가 왔어요. 평소에 무뚝뚝한 오빠가 정말 축하한다고 말해주는데 뭉클하더라고요. 오빠가 ‘주변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잘 보고 있다고, 너가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해주는데, 그때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나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시은은 솔직한 배우이기도 했다. 현재 고민이 뭐냐는 질문에 하시은은 ‘노화라고 답하며 베시시 웃었다.

영지를 볼 때마다 놀랐어요. 예쁘고 인형 같고 풋풋한 거예요. 사실 영지는 뭘 어떻게 해도 예쁠 나이잖아요. 현진이랑 수다를 떨다가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는데, 그때 ‘깔깔 웃는 소리에서 나이가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나도 모르는 변화들에 가끔은 놀랄 때가 있고, 이러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의 한계가 생기지 않을까, 이러다 연령대가 높아지면 어떡하지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하시은은 당분간 걱정은 뒤로 하고,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발판삼아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현실에 상황에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나가기로 결정한 하시은의 길은 과연 어떤 풍경이 돼 있을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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