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어버이날 아버지 살해한 남매에겐 무슨 일이
입력 2016-07-17 21:25  | 수정 2016-07-17 21:58
【 앵커멘트 】
어버이날 친아버지를 살해해 세상을 놀라게한 남매 사건 기억하십니까?
아버지를 살해하고도 너무나 당당한 모습을 보인데다, 조사과정에서도 전혀 입을 열지 않아 경찰은 재산을 노린 남매의 계획 범죄로 결론 내렸는데요.
법원 공판이 진행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도 당당했던 남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남매의 주장을 최은미 기자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최 기자, 먼저 검거 당시 상황부터 설명해주시죠.


【 기자 】
네. 어버이날 친아버지를 살해한 남매, 그 자체로도 놀라웠는데, 검거된 후 보였던 모습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취재진 앞에서 얼굴을 직접 공개할 정도로 당당한 모습이었는데요.

당시 상황 직접 보시죠.


----------영상클립 재생

보신 것처럼 이 남매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전혀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주변인들의 진술을 종합해 아버지와의 잦은 불화와 재산 갈등으로 인한 원한 범죄로 결론 짓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 앵커멘트 】
자식들이 어버이날에 아버지를 살해하고도 그 이유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이 사건.
이유가 무척 궁금했는데, 3일 전에 열린 2차 공판에서 충격적인 진술이 나왔다고요?


【 답변 】
남매의 변호인이 범행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실이 공개된건데요.

살해사건이 벌어지기 직전, 누나는 방 안에서 잠들어 있었고, 아버지와 남동생 사이에 집 문제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논쟁이 말다툼으로 이어지고, 서로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은거죠.

그때 남동생이 아버지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냅니다.

"예전에 누나를 성폭행하지 않았느냐"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와 자고 있던 누나를 큰 소리로 불렀답니다, 죽여버리겠다고요.

그 소리에 자다 깬 누나는 곧바로 베란다로 숨었고, 누나를 해하려는 아버지를 말리려다 남동생이 아버지를 살해하게 됐다는 게 남매의 주장입니다.

변호인의 입에서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법정에선 남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남매의 주장입니다.


【 앵커멘트 】
성폭행 여부가 사실로 입증된다면 정당방위는 아니더라도, 수사과정에서 참작될만한 사유일텐데, 남매는 왜 지금까지 입을 다물었을까요?


【 답변 】
저도 사실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지금 제가 설명한 상황만 검거 당시 설명했어도, 누나는 기소되지 않을 수도 있었거든요.

취재 결과 아주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남동생이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법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검거된 순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죠.

직접 조사한 경찰 이야기 들어보시죠.

---------경찰 싱크 플레이

변호인이 남동생에게, 왜 진작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 진작 털어놓았으면 누나는 기소되지 않았을 것 아니냐, 라고 했더니, 남동생은 눈물만 흘렸다고 합니다.


【 앵커멘트 】
과거에 아버지가 누나를 성폭행했다는 게 인정된다면, 판결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입증하는 게 가능할까요?


【 답변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쉽진 않습니다.

당사자 둘 만의 일인데다,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는 이미 사망했고, 남은 사람은 남매 뿐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를 죽인 피의자인 남매의 주장 만으로 성폭행 사실을 인정받긴 사실상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입니다.

변호인 측도 아마 정당방위보다는 정상참작 사유 정도로 주장하지 않겠느냐, 이렇게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성폭행 여부와, 남동생의 단독범행이라는 것은 어찌됐든 변호인의 일방적인 주장이잖아요.
검찰은 계획된 남매 공동의 범죄다,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거죠?


【 답변 】
네. 그렇습니다.

변호인에 따르면 지금 남동생은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 내가 한 일이니, 누나의 무죄는 인정해달라, 이런 주장인데요.

검찰은 아버지가 살고 있는 아파트 소유권을 두고 갈등이 커지자, 남매가 치밀하게 계획하고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건 이틀 전에 남매가 샀던 청테이프와 접착제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점, 도주할 준비를 미리 했던 정황이 있다는 점 등을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는데요.

다음 달 22일 있을 3차 공판에는 살해당한 아버지의 주변인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니,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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