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종로 익선동도 젠트리피케이션 그림자
입력 2016-07-17 18:04  | 수정 2016-07-17 20:27
서울 종로구 익선동 거리. [이윤식 기자]
서촌에 이어 개성 있는 강북 상권으로 부상한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도 젠트리피케이션(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활성화하자 임대료가 오르며 원주민이 퇴출되는 현상) 조짐이 나오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익선동 한옥 상가 임대료는 최근 1년 새 15% 가까이 올랐다. 이 지역은 2000년대 추진된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낙후됐지만 2년 전부터 젊은 창업가들이 카페, 스튜디오, 게스트하우스 등을 차리면서 상권이 커지기 시작했다.
상권이 활성화하자 66㎡ 규모 한옥은 지난해 보증금 2000만~3000만원에 월 임대료 130만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올해는 월 150만원대로 뛰었다.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250만원 선이던 한옥 상가가 임대료 45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현재 이 지역 매매 시세는 3.3㎡당 3500만~3700만원 선이지만 외부 부동산업자들이 집주인들을 찾아다니며 가격을 띄우고 있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코너 건물이 3.3㎡당 4000만원에 팔렸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의 전언이다. 창덕궁 건너편 돈화문로 초입(와룡동)에 국악 전문 공연장이 9월 개관할 예정이라 익선동 인근 관광객 유입도 늘어날 태세다.

30년간 이곳에서 200㎡ 규모 한옥 한 채를 보유했던 김명자 씨(가명·78)는 동네가 시끄러워지자 지난 3월 이 주택을 3.3㎡당 2900만원에 팔았다. 그는 "이제 재개발이 되지 않는 데다 상권으로 뜨면서 막상 살기는 힘들어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익선동은 아직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되지 않은 채 서울시에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 중이어서 본격적 신축·증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임대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세입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2014년부터 익선동 한옥을 임차해 음식점 등 가게 5개를 운영 중인 '익선다다'는 익선동 한옥을 아예 매입할 계획이다.
이 동네 주민들과 자영업자 등으로 구성된 '익선포럼'은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익선동을 개성 있는 상업지역으로 가꾸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현재 시 차원에서 지역 주민 의견을 듣고 있다"며 "익선동이 상업지역인 만큼 일반주거지역처럼 규제를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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