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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배우 정유미, 그를 단단하게 만든 ‘긍정의 힘’
입력 2016-07-17 09:23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올해로 데뷔 13년 차를 맞은 배우 정유미가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KBS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까지 긴 여정을 마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쉴 새 없이 달려왔던 그는 이제는 휴식이 필요하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근 종영한 ‘마스터-국수의 신(이하 ‘국수의 신)은 철옹성 같은 어른들의 세상에 뛰어든 젊은이들의 뒤틀린 욕망과 치명적인 사랑, 그 부딪침 속에서 시작되는 사람 냄새 가득한 인생기를 그려낸 드라마다.

극 중 정유미는 외유내강 카리스마 소유자 채여경 역으로 분해 차갑지만 속 정 깊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극에서 유일하게 김길도(조재현 분)를 잡아넣을 수 있는 인물을 맡았던 그는 강단 있는 말투와 단호한 모습 등을 표현하며 존재감을 빛냈다.

‘육룡이 나르샤를 마친지 일주일 만에 ‘국수의 신 촬영장에 뛰어든 정유미는 빠듯한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며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끝을 앞두고선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국수의 신의 뛰어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국수의 신 원작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믿음도 있었다. 또 선배인 조재현과 함께 한다는 것에도 의의를 두었다.

채여경은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시작부터 부모님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이후에 보육원에 들어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고. 그런 부분들을 인지하면서 연기한다는 게 힘들긴 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힘든 일이 너무 많이 닥치지 않았나. 복수를 향해 달려가면서 다른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내 성격상 누구한테 빚지고 못 사는 성격인데, 여경이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국수의 신 최종회에선 무명(천정명 분)과 길도(조재현 분)의 목숨을 건 복수와 욕망의 대결이 결국 승, 패자 없이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무명과 함께 복수를 향해 달렸던 여경 역시 길도의 자살로 시원한 복수를 하는 데는 실패를 거두었다.

시청자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길도의 복수를 향해 오래 달리기를 했었다. 시원한 사이다 같은 결말을 기대했던 이들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다소 허무하고 찝찝한 결말에 비난을 쏟아냈다. 이 같은 결말은 출연자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천정명은 SNS를 통해 아쉬운 마음을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그의 글은 잠깐의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정유미는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작품을 하다보면 원작이나 시놉시스대로 100% 완벽하게 되는 경우는 없다. 분위기나 여러 상황을 봐서 조정된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게 천정명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여경을 연기한 입장에서 막판에 휘몰아친 부분이 있는 부분이 아쉬웠다. 모든 연기자가 인물을 연기할 때 그 캐릭터의 감정이나 관계가 잘 녹아들기 바라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복수나 사건을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의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여경으로 많이 녹아들었다. 그래도 이 작품을 들어갈 때 어느 정도 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출발해서 크게 아쉽진 않았지만, 내가 체력적으로 완벽히 준비해 들어갔다면 조금 더 집중해서 마무리했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다.”

정유미에게 ‘국수의 신은 아쉬움만 남은 작품은 아니다. 천정명, 이상엽, 공승연 등 함께 촬영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얻었고, 연기적으로도 배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조재현과 호흡을 맞추며 얻은 에너지가 강렬하게 남았다.

모든 작품을 하면 아무래도 힘을 얻고 위안을 얻는 게 배우들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으?X으?X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함께 거친 사람들이 남게 되더라. 연기자들끼리 따로 대화방도 만들었다. 연기적으로도 배운 게 많다. 연기자는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과 조재현 선배와 함께 연기하면서 느낀 에너지는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조재현 선배는) 힘든 나날들 속에서도 집중해서 대사를 다 외우고 감정을 쏟아내더라. 정말 베테랑 같았다. 그런 느낌을 같이 하면서 많이 배웠다.”

오랜 기간, ‘중고 신인으로 불리며 조연 자리를 꿰차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던 정유미는 자신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어떠한 일이 주어지면 그만큼의 일을 잘 마무리하자는 주의였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다. 특히 치열하게 살았던 20대를 보내면서 크게 실망하지 않고, 크게 집착하지 않는 법도 배웠다.

같은 시기에 일을 시작했던 친구들이 잘 되가는 걸 보면서 부러워했었다. 나도 빨리 잘 돼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었다. 10년 전쯤 중국을 가게 됐는데 그게 원해서 간 게 아니었다. 당시 소속사에게 중국드라마 ‘파이브 스타 호텔 출연 계약을 했다는 통보를 받고 가게 됐는데,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와 함께 하던 스태프들이 한국으로 철수하게 됐다. 그때는 통역사와 나, 둘 뿐이었다. 중국어도 못하는데 1년 반을 그곳에서 촬영하며 지냈다. 그러고 돌아오니 아무것도 남아있는 게 없더라. 인지도나 커리어, 모든 게 다 사라져 있었다. 그걸 다시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마음을 많이 비우게 됐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정유미는 그래도 힘들었던 생활을 통해 중국 팬을 얻게 됐다며 다시 생긋 웃어보였다. 특히 막막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 중국어는 절대 까먹지 않는다며 중국 진출을 이어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 내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은 정유미는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에 들어갔다. 특히 그는 다음 작품에서는 어둡고 단단한 인물보다는 편안한 걸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편안한 거를 할 때인 것 같다. 이미지가 그렇게 굳혀질까봐 무섭기도 하고, 지금까지와 비슷한 느낌을 하면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시트콤이나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하고 싶다. 아예 표출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웃음)”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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