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0% 수익" 핀테크로 부동산 간접투자
입력 2016-07-14 17:29  | 수정 2016-07-14 19:56
'부동산 담보 P2P 대출' 투자에 476억 몰려
은퇴 후 서울 합정동에 10가구 규모 빌라를 지어 임대사업을 시작하려 했던 김순덕 씨(61)는 공사비 14억원을 빌리기 위해 한 저축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전체 건축자금 중 자기자본비율이 20%가 안 된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하고 말았다. 김씨는 급한 마음에 이번엔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렸지만 연 25%가 넘는 고금리 때문에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김씨는 고민하던 중 마지막으로 부동산 담보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대출업체인 테라펀딩에 자금 신청을 했고 일주일 만에 13%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들어 부동산 담보 P2P 대출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 P2P 대출은 중개업체가 인터넷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부동산 개발 관련 투자 상품을 올린 뒤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형태다. 대출자들은 제2금융권에 비해 저렴한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고 건물 완공 후에는 이 건물을 담보로 활용해 더 저렴한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투자자들은 억 단위가 아닌 100만원 이상 소액으로도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고 10%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14일 P2P 대출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13일 기준 테라펀딩 소딧 투게더앱스 등 주요 부동산 담보 P2P 대출업체들의 누적 대출액은 476억7000만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시장이 처음 생긴 2013년(37억원)과 비교해 3년여 만에 13배나 성장한 수치다. 부동산 담보 대출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체 P2P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9%로 절반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부동산 P2P 중개업체는 1곳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0곳 가까이 늘었다. 대표적인 부동산 담보 P2P 대출업체로는 테라펀딩 소딧 투게더앱스 등이 있으며 최근 8퍼센트 등 신용대출만 취급하던 P2P 업체들도 부동산 담보대출에 뛰어든 상태다.
부동산 담보 P2P 대출상품은 빌라 등 건물 용지 매입과 신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건축자금 대출'과 후순위 담보대출 형식의 '주택담보 대출'로 크게 나뉜다. 건축자금 대출은 테라펀딩이, 주택담보 대출은 소딧과 투게더앱스가 대표적인 업체다.

먼저 건축자금 대출은 주로 빌라,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 건설사업자들이 건축자금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대출이다. 중소 건설업자는 은행권에서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20% 이상) 등 기준을 맞추기 어렵고, 대출 신청 이후 실제 자금을 조달하기까지 한 달 이상 시일이 걸린다.
반면 P2P 대출업체는 자기자본비율이 15% 수준만 되면 대출자의 사업 경력이나 건물 가치 등을 종합 평가해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신청 후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도 평균 7~10일로 은행보다 짧다. 주택담보 대출 역시 은행권의 여신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을 적용해 시세의 70%까지만 인정한다. 게다가 LTV가 60%를 넘어가면 원리금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면서 대출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졌다. 반면 부동산 담보 P2P 대출은 후순위이긴 하지만 대출 한도를 시세 대비 80%까지 지원한다. 단 부동산 담보 P2P 대출은 개인신용 P2P 대출과 마찬가지로 아직 투자자 보호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장동혁 소딧 대표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향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대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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