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사말이 바뀐 속초 "포켓몬 몇 마리 잡았어?"
입력 2016-07-14 13:54 
사진= MBN
"포켓몬 몇 마리 잡았어?"



최근 강원 속초지역 주민들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조용하던 속초지역에 '포켓몬 고'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속초에서 포켓몬 고 게임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인터넷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지난 13일 전국에서 모여든 게임 유저들로 청초호 유원지 엑스포 공원은 북적거렸습니다.

낮 시간대는 물론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늦은 시간에도 엑스포 공원에는 많은 유저가 휴대전화를 켜 든 채 포켓몬을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간대 속초해변에서도 많은 젊은이가 휴대전화를 켜 들고 산책로를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엑스포 공원에서 만난 이지용(21·서울시) 씨는 "오후 4시쯤 버스 편으로 속초에 도착해 7시간 동안 포켓몬을 찾아 엑스포 공원 일대를 걸었다"며 "약 7㎞ 정도를 걸은 것 같은데 게임은 물론 운동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인터넷 대화방을 통해 유저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속초 현지에 만난 유저들도 있다"며 "갑자기 버그가 걸려 게임이 멈추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게임이어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즐거워했습니다.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유저는 "1박 2일 일정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속초에 왔다"며 "포켓몬 고를 마음껏 즐기다가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박모(34·서울시) 씨는 "퇴근 후 친구와 함께 승용차를 이용해 속초에 왔다"며 "내일 출근을 해야 해서 3∼4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고 새벽에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버스표를 구할 수 없다가 보니 일부 게임 유저들은 대화방을 통해 모인 뒤 전세버스를 빌리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마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한모(24·청주시) 씨는 "버스를 타고 4시간 걸려 저녁 늦게 속초에 도착했다"며 "부지런히 포켓몬을 찾아다닌 결과 짧은 시간에 레벨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고 흐뭇해했습니다.

그는 "대화방을 통한 정보교류에서 양양 낙산 지역에 레벨을 올릴 수 있는 포켓몬들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있어 내일은 그쪽으로 이동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직장 사무실과 일터 등에서 포켓몬 고를 실행한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해 SNS에 올리는 등 포켓몬 고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포켓몬 고 열풍이 불자 속초지역에서는 일부 업종에서 생각지 않은 특수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포켓몬 성지로 알려진 엑스포 공원은 전국에서 찾아온 유저들이 몰리면서 숙박업소들이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한 숙박업소는 "피서철이어서 객실 이용률이 높기는 하지만 지난밤에는 30여 개 객실이 모두 만실이었다"며 "게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업소주인은 "게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예약문의도 평소보다 많다"며 "피서철이어서 주말에는 예약을 받기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주변 편의점들도 평소보다 부쩍 늘어난 이용객들로 인해 희색입니다.

한편 포켓몬 고 열풍이 불자 속초시와 양양, 고성군은 SNS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속초시는 게임 유저들의 데이터 사용 걱정을 덜어 주고자 무료 와이파이존이 표시된 지도를 페이스북 등 SNS에 올렸습니다.

양양군도 페이스북에 포켓몬 고 게임이 되는 지역을 안내하고 올여름 피서는 양양지역에서 포켓몬 고와 함께 할 것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고성군 역시 페이스북에 포켓몬 고 사용 가능 지역임을 알리고 피서객 유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열풍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포켓몬 잡기에 열중하면서 학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김모(46·속초시) 씨는 "지난밤에는 아이들이 포켓몬 고를 한다며 휴대전화를 들고 외출해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았다"며 "공부에 지장이 있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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