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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구장 8회 ‘8분간의 지연’, 모든 것을 바꿨다
입력 2016-07-07 22:33  | 수정 2016-07-07 23:29
SK 켈리가 7일 문학구장 한화전에서 8회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으나 규정상 상대해야 했던 이용규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강판되면서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문학)=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7일 프로야구 종합) SK가 4-3으로 앞서고 있던 문학구장 8회초, 마운드에 오른 SK 선발 켈리가 연습투구 도중 삐끗했다.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면서 더그아웃에 교체를 요청했다.
KBO 야구규칙 3.05 (d)항에 따라 ‘이미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의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첫 번째 타자가 아웃이 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 단 ‘그 투수가 부상 혹은 부상에 의해 투구가 불가능하다고 심판진이 인정할 경우는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다.
즉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첫 타자를 상대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부상을 인정받는다면 교체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7회까지 7피안타 6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하던 켈리가 불의의 부상으로 강판하는 안타까운 장면에 그칠 수도 있던 이 장면은 그러나 의외로 길어졌고 엄청난 반전 드라마의 시작이 됐다.
투수의 투구 동작에서 매우 희소한 부상 장면은 아니었지만, 심판진은 겉으로 드러난 부상이 아닌 통증 호소를 ‘투구가 불가능한 정도의 부상으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결론. 규정대로 한 타자를 상대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에 켈리가 정상적으로 던질 수 없다고 버티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심판진은 켈리의 투구를 채근했고 한화 벤치는 경기 지연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부상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켈리의 섭섭함이 컸는지 한 점차 빡빡한 리드 속에 SK 벤치에 여유가 없었는지 이 ‘버티기 대치상황은 뜻밖에 길어졌다. 8분이나 경기가 중단된 후, 결국 켈리는 한화 선두 2번 이용규에게 상체로만 던지는 불안한 투구 끝에 좌익수앞 안타를 허용하고 나서야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 장면 이후는 SK의 비극이었다. 한화는 문광은 채병용 김주한 박민호까지 8회에만 SK 4명의 불펜투수를 소환하면서 11안타(3홈런) 11득점을 폭발시켰다. KBO 한이닝 팀 최다안타 타이기록의 ‘맹타쇼였다.
8분간의 기나긴 교체 실랑이 동안 그라운드 위에서 엉거주춤 벌을 섰던 SK 수비진의 뻣뻣했던 수비도 한화의 ‘빅이닝 뒤집기를 도왔다.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호소 후에도 부상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켈리가 규정대로 볼넷 등으로 한 타자를 상대하고 내려와 지연시간을 줄였다면 혹시 결과가 달랐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문학경기의 흐름을 뒤바꾼 ‘8분간의 지연은 리그의 치열한 탈꼴찌 싸움에도 큰 변수를 던졌다. 한화는 이날 수원에서 KIA전 4연패에 고개를 숙인 kt와의 승차를 따라잡고 다시 공동 9위에 올랐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넥센의 6연승을 막아섰다. 마산에서는 NC가 7회 6득점 뒤집기로 롯데전 7연승을 이었다. 홈런 공방이 펼쳐진 대구에선 삼성이 한점차 승리를 거두고 꼴찌추락의 공포에서 한숨을 돌렸다. LG는 4연패에 빠졌다. 5회 2타점 결승2루타 등 2개의 2루타를 때린 삼성 이승엽은 프로 두번째 3700루타를 채웠다.
[chicle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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