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빼는 유럽 우파 정치권 "EU 탈퇴 국민투표 안될 일"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한 뒤 극심한 혼란에 빠지자 그동안 탈 EU 가능성을 언급했던 유럽의 우파들도 조금씩 발을 빼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대통령 선거 재선거에 나서는 오스트리아 극우정당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는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자신이 탈 EU를 위해 싸우는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며 "EU 비회원으로 존재하는 것은 오스트리아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5월에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에게 불과 3만여 표 차이로 졌습니다. 부재자 투표 개봉 때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이달 1일 재선거를 결정했습니다.

호퍼는 "마지막 수단으로 국민투표 가능성은 있지만, EU가 국민투표를 필요 없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EU는 스스로 개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대선 후보가 EU 탈퇴에 사실상 반대한다고 밝힘에 따라 그동안 자유당과 연대해왔던 프랑스 국민전선,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등 유럽 주요 극우정당의 태도도 바뀔지 관심거리입니다.

프랑스 국민전선 마린 르펜 대표는 5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29일 EU 정상회담 후 "EU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우파 성향인 오르반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난민 장벽을 세우는 등 난민 문제로 EU와 대립했습니다.

그는 EU가 추진하는 난민할당제를 수용할 수 없다며 EU를 비판하면서도 탈퇴 국민투표와 관련된 언론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첵시트(체코의 EU이탈)'가 거론됐던 체코는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총리가 "국민투표는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밀로스 제만 대통령이 라디오 방송에서 "EU를 떠나는 걸 반대하지만 국민이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자 소보트카 총리는 "체코의 안정을 의문에 빠뜨리는 조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습니다.

체코는 총리가 실권을 가진 내각제 국가인 데다 국민투표를 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해서 내각이 반대하면 국민투표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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