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영란법,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 10만원으로”
입력 2016-07-07 16:56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부정청탁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의미와 함께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이 법에 대한 보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7일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 의원은 발의 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는 민간영역의 종사자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그러나 현재의 김영란법은 공직자 사회의 불의를 시정하고 부패를 청산하자는 원안의 취지가 반영되지 못한 채 가결된 수정안”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우선 법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등 행위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놨다”며 이 때문에 선출직 공직자들은 부정청탁과 관련해 특혜를 받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해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도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김영란법 적용을 받고 실제로 악용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또 김영란법은 원안에도 없고 공직자로 보기도 어려운 22만5000여명의 사립학교 교원과 9만여명의 언론인을 공직자로 포함시켰다”며 사회 통념상 공무원으로 볼 수 없는 이들까지 대상자에 포함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본다면, 변호사나 의사, 시민단체도 포함돼야 한다”며 이때문에 시행 전 부터 위헌적인 법률이라는 오명이 씌워졌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되기에 이르렀다. 공직자의 범위를 재정비해 김영란법을 향한 우려를 사전에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농축수산업 피해 방지를 위해 농축수산물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던 지금까지의 김영란법 개정안과는 차별화된 법안이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한편 위헌성을 제거하는 내용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이다.
강 의원은 또 기자회견 후 지금 야당이 일단 시행을 해보자고 하고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이 법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영국 브렉시트 사태를 봐라.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여론에 따르다보면 상당히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김영란 법이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그대로 시행된다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발의자에는 같은 당 강석호 김규환 김상훈 김순례 김현아 문진국 박대출 송희경 신보라 심재철 윤상직 이은권 이은재 이현재 임이자 전희경 정유섭 정태옥 조훈현 추경호 최교일 의원 등 21명이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김영란법에 대한 연구 용역을 수행한 국책 연구기관에서는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을 모두 10만원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현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주요내용 및 쟁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공직자 등과 일반인의 일상적인 식사·경조사비 등이 법적 제재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기준 금액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행) 공무원행동강령 상 금액기준을 유지시켜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보다는 물가수준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금액 기준을 마련해 실효성을 담보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또 법 시행 초기 국민들이 금품을 제공하는 자도 처벌된다는 점을 모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실성 없는 기준을 정하면 법적 제재대상자가 양산될 소지가 높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 김 부연구위원은 허용금품 가액 기준이 각각 다르면 법 규범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모두 10만원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10만원은 과태료 부과가 되지 않는 기준일 뿐 해당 금액의 음식물, 선물을 허용허거나 권장하는 기준은 아니다”며 상향 조정된 액수가 취지와는 달리 접대의 ‘하한선이 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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