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남 엄마들 이 독서실에 자녀 보내려 줄까지 서서
입력 2016-07-07 15:56  | 수정 2016-07-07 17:00
신현욱 아토스터디 공동대표(사진 왼쪽)·이동준 아토스터디 공동대표

독서실이라는게 이용하는 학생들이 결코 외로워서도 친해져서도 안 되는 곳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램 친구들은 자발적인 커뮤니티로 일종의 동료애를 형성하며 공부하고 있죠.”
프리미엄 독서실 ‘그린램프 라이브러리 이용자들은 같은 독서실에 다니는 학생들을 ‘그램 친구라 부른다. 10대들이 즐겨하는 말줄임을 이용한 별칭이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직접 대면해 말을 나눠본 적은 더더욱 없지만 같은 공간에서 공부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타인을 친구라고 부르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9월 서울 도곡동에 1호점 독서실을 낸 그린램프라이브러리는 2년여만에 17곳으로 사업을 키웠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그린램프라이브러리의 사세 확장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그램 친구들처럼 독서실 이용자들에게 빠른 시간 내에 확실한 소속감을 심어준 점이다. 그저 집 앞에 있어서, 시험기간이어서 한두달 다니고 마는 독서실이 아니라, 이 소속감이 좋아서 집이 멀어도 다니고, 재등록율이 80~90%를 자랑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착한 경쟁, ‘직관적인 보상, ‘커뮤니티 이 세 가지가 그램 친구들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동준 아토스터디 공동대표(34·사진 오른쪽)는 그린램프라이브러리의 운영 비법과 다름 없는 세가지 전략을 거리낌없이 술술 풀어놨다.
착한 경쟁은요, 학생들이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고 하는 것이에요. 저희 독서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TV 화면에 학생별 누적 공부시간을 보여주는 게 다죠.”
이 대표가 말한 TV화면에는 이번주, 이번달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한 학생과 어제 가장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간 학생 명단이 줄줄이 공개된다. 17개 그린램프라이브러리의 모든 입구에 설치돼 있는 TV화면이 이용자들 사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일으키는 핵심 수단인 것. 자칫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경쟁에 ‘착한이란 다소 어색한 형용사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이 대표의 다음 설명을 들으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저 역시 대학을 가기 위한 6년 이상의 수험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무엇보다 오늘 공부한 게 언제 좋은 결과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가 심했죠. 지금 10대들도 마찬가지에요. 독서실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2,고3 수험생들인데 이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공부하는 과정 만으로도 충분히 응원 받을 만하다고 말입니다.”
그린램프라이브러리의 또 다른 핵심 운영 전략인 ‘직관적인 보상은 이런 응원을 위해 마련됐다. 오로지 공부 누적 시간에 따라 즉 달리 말하면 학생들의 노력에 따라 마일리지를 쌓고, 마일리지 별 상품을 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주로 필요 학용품, 가방, 트레이닝복, 텀블러 등이 주요 상품이다.
오늘 내가 이 정도로 길게, 꾸준히 공부했구나 보람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그 즉시 선물로 보상을 해주고 있습니다. 공부시간이라는 노력을 측정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죠. 어른 입장에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학생들은 이 선물을 받고 얼마나 뿌듯해하는지 몰라요.”
이렇듯 착한 경쟁과 확실한 보상 체계 속에서 그린램프라이브러리에 다니는 학생들의 공부시간은 월평균 90시간을 자랑한다. 학생 1명이 하루로 치면 4시간 정도 기본으로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 방학일 때의 경우 월평균 공부시간은 최대 120시간까지도 늘어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1~2시간 독서실에 앉아 공부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자녀들이 4시간을 훌쩍 넘겨서 집에 돌아오자 엄마들이 더욱 반겼다. 특히 대치, 반포, 청담, 잠실 등 강남 지역에 주로 지점을 내다보니 이른바 ‘강남 엄마들은 자녀를 그린램프라이브러리에 보내기 위해 80~90명의 대기번호표를 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단순히 자녀들의 공부 시간이 늘어서만은 아니었다. 길어진 공부 시간이 무엇보다 공부하는 습관으로 이어지는 게 엄마들의 눈에도 보였던 이유가 더 크다. 이 대표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로부터 그린램프라이브러리에서 공부 습관을 길렀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부 습관을 들인 학생들에게 뭘 더 해주면 좋을까 고민했다. 독서실의 면학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나홀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외로움을 덜 느끼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한 그는 독서실 뒷편에 큰 화이트보드를 두었다. 그린램프라이브러리의 또 다른 운영전략인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화이트보드를 둬 학생들 간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습니다. 혼자 공부하다가 잘 안풀리는 문제를 포스트잇에 적어 이 화이트보드에 붙여두면,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누군가가 ‘나는 이런식으로 해결했어요라고 알려주는 거에요. 물론 포스트잇에 적어서 말이죠. 서로 따로 말할 필요가 없으니 면학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면서, 공부하는 학생들 입장에선 혼자 공부하다 모르는 게 생겨도 답답하지 않은거죠.”
화이트보드를 둔 이후 그린램프라이브러리 이용자들은 스스로를 더더욱 ‘그램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경쟁과 보상, 커뮤니티까지 이 대표가 말한 운영 전략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잘 나가던 증권맨에서 독서실 사업 대표로 변신한 이 대표는 ‘엉덩이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엉덩이를 책상 앞에 붙여 공부하는 시간이 길수록 실력이 는다는 얘기다. 17개 지점을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그는 독서실이 단순히 공부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 학생들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돕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곧 실력이 되는 곳, 이것이 목표인 그린램프라이브러리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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