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둡게 공부하는 인하대생…왜?
입력 2016-07-07 11:28  | 수정 2016-07-07 11:34
인하대생/사진=연합뉴스
어둡게 공부하는 인하대생…왜?



"저녁에 강의실에서 학회 모임을 하는데 갑자기 조명이 꺼져서 황당했어요. 촛불과 휴대전화 불빛으로 서둘러 모임을 끝냈는데 도둑처럼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서글펐어요."

인하대학교가 에너지를 아낀다며 교내 강의실을 수업에만 쓰도록 강제해 학생과 지역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7일 인하대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5월 23일부터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정규 수업시간 이외의 강의실 사용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강의실을 쓰려면 관리부서에 사용신청서 또는 공문을 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학과나 단과대, 동아리 등에서 학생들 사이에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소모임이나 학회는 아예 '사용신청 불가' 대상으로 명시했습니다.


강의실 문을 잠그지는 않지만 허가받지 않은 시간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도록 했습니다.

대학 측은 스터디 그룹 활동이 보편화한 현실과 학생 반발을 고려해 중앙도서관과 다른 강의동 한곳에 총 44개의 4∼14인용 '스터디 룸' 만들었습니다.

중앙도서관에 있는 39개 스터디 룸은 한번에 최장 2시간만 쓸 수 있고 오후 7시면 문을 닫습니다.

'스터디 룸'은 또 극도의 정숙이 요구되는 열람실이나 서가 옆에 있어 발표나 토론 등 '스터디 장소'로는 맞지 않다는 게 학생들의 입장입니다.

재학생 A씨는 "요즘은 스터디가 어느 학과나 많은데 1만8천명 규모의 대학에서 일과시간 중에만 40여개 스터디 룸을 쓰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인하대는 최순자 총장이 지난해와 올해 학기 초 교내에서 밤늦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피자와 햄버거 등 야식을 돌리며 격려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학생들의 원성이 커지자 지역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학교의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비싼 수업료를 내는 학생들이 강의실도 마음대로 못 쓰고 비좁은 스터디 룸이나 비싼 학교 밖 상업시설로 내몰리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단체는 "강의실 사용 제한 조치를 보는 학생들은 총장의 야식배달 격려가 '쇼'였다며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낭비성 예산을 줄이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당사자인 학생들의 동의와 협조를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하대는 이에 대해 "에너지 절감을 위해 대규모 강의실 사용을 자제하고 소규모 스터디 룸을 쓰게 한 것"이라며 "사전에 허가 받지 않은 강의실은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해 조명이 들어오지 않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하대 관계자는 "스터디 룸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올해 10여개를 늘릴 계획이지만 관리인력 배치 문제로 야간에는 개방할 수 없다"면서 "시험기간에는 2주가량 교내 전체 강의실을 쓰게 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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