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주 바다생물 "너무 추워 못살겠어요"…2년만에 수온 1도 급락
입력 2016-07-07 10:55 
제주 바다/사진=연합뉴스
제주 바다생물 "너무 추워 못살겠어요"…2년만에 수온 1도 급락



제주 연안 바다의 표층 수온 변화가 최근 큰 폭으로 불규칙하게 이뤄지면서 해양생태계는 물론 어민들의 어업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서히 증가하던 제주 바다의 평균 수온이 2013년을 정점으로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등 불규칙적이면서도 큰 변동 폭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7일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앞바다의 연평균 수온은 2003년 18.9도에서 2013년 19.3도까지 상승하며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이후 이듬해인 2014년 18.8도로 0.5도 내려간 데 이어 2015년 18.2도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수온이 0.4도 오르는 데 10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1.1도 떨어지는 데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입니다.

'제주 바다 수온이 최근 40년간 1.5도 상승하는 등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2012년 발표한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와 비교하더라도 최근 2년간의 수온 변화폭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겨울철(1∼3월) 평균 수온 변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03년 14.4도에서 2013년 15.1도로 10년간 0.7도 오른 뒤 이듬해인 2014년 14.3도, 2015년 14.2도 등 수온이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제주 바다의 평균 수온이 3∼4년 짧은 기간 적게는 0.3도, 많게는 1도 가까이 변화한 것입니다.

학술적으로 정확히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어류와 해조류 등 바다 생물에게 수온 1도 변화는 육상 생물에게 10도의 변화와 맞먹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수온은 어류의 산란과 먹이 생활 등 생리현상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1도 상승과 하강에 따라 해당 지역에 살지 않던 새로운 종류의 어종이 유입되거나 사라지는 등 바다 생태계가 변화합니다.

수온 1도 상승하면 어류의 산란기가 빨라지는데 예를 들어 멸치의 주산란기는 7월이지만 수온 상승에 따라 6월로 앞당겨집니다.

실제로 제주 바다의 수온 변화는 최근 증가하던 아열대성 어종 유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북촌과 신창, 사계, 신흥, 가파도 마을어장 등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를 조사한 결과 아열대성 어종 비율이 2012년 47.8%, 2013년 52.4% 등으로 늘어나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지만, 이듬해부터 수온이 떨어지면서 2014년 43.4%, 2015년 42.5%로 비율이 감소했습니다.

제주 연안에 나타난 아열대성 어종은 호박돔,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철갑둥어 등 모두 6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온 변화로 인해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아열대성 어종의 서식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겨울철 평균 수온으로, 수온이 높으면 알에서 부화한 새끼가 겨울을 이겨내 성체로 자라날 수 있지만, 수온이 낮으면 폐사율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이 같은 급격한 수온 변화는 회유성 어종인 방어와 고등어, 갈치 등의 어장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전체 바다의 수온이 따뜻해진 반면 제주 연안 바다의 수온이 들쑥날쑥 변화하면서 회유성 어종의 이동 시기와 경로에도 이상징후가 나타난 것입니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는 수온과 먹이를 따라 여름철에는 동해까지 이동했다가 10월이 되면 14도 안팎의 따뜻한 수온이 유지되는 제주도 부근 해역으로 다시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강원도의 바닷물이 따뜻해져 제주 해역으로 내려가는 방어의 이동 시기가 늦춰지면서 예전 마라도 해역에서 형성되던 어장이 강원도 앞바다에 형성됐습니다.

제주에서 2014년 1천31t에 달하던 생산량이 지난해에는 451t으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는 10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제주 인근 바다에 어장이 형성됐지만 지난해 겨울에는 이 같은 공식이 깨졌습니다.

10∼11월에 고등어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부산공동어시장 등에서 어획량이 대폭 줄었고, 한겨울이 됐는데도 고등어떼가 동해에 머물며 제주도 해역으로 이동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 제주의 특산종으로 알려진 자리돔과 오분자기가 남해에서 잡히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고준철 연구사는 "오랜 기간 흐름으로 볼 때 현재까지 제주 연근해에서 물고기를 잡으면 출연 종 수 중 절반 가까이가 아열대 어류일 정도로 바다가 아열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토착종과 아열대어종의 상관관계, 피해 여부 등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보통 한반도의 수온 상승은 적도해역에서 북상하는 쿠로시오 난류의 지류인 고온·고염의 대마난류 세력이 강해지기 때문인데, 가장 큰 줄기인 쿠로시오 난류 대흐름 확산이 보통 10년을 주기로 서서히 변화하지만, 최근에는 변동 폭이 매우 크고 국지적으로 나타난다"며 "제주 바다의 급격한 수온 변화 역시 이러한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제주 연근해에서의 어획량 감소는 수온 변화로 인한 어장 형성의 변화뿐만 아니라 늘어난 어선 세력과 그에 따른 무분별한 남획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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