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방글라데시 `피의금요일` 테러는 파리식 IS테러
입력 2016-07-03 16:57  | 수정 2016-07-04 07:56

지난 1일(현지시간) 평화롭기만 했던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금요일 밤. 외국공관 밀집지역에 위치한 레스토랑 ‘홀리 아티산 베이커리에 검은 복면의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아랍어 고함소리와 함께 수십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한가롭게 라마단 만찬을 즐기던 사람들의 일상이 삽시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괴한들은 검은색 천으로 폐쇄회로(CC) TV부터 가려 자신들의 신분을 감췄다. 행동이 빨랐던 일부 사람들은 옥상과 뒷문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나머지 35명은 인질로 잡혔다.
무장 괴한들은 인질들에게 코란을 암송하라”고 시켰고 암송을 하지 못하면 총·칼로 난도질해 죽였다. 1일 저녁 9시경부터 시작된 인질극은 2일 오전 7시 투입된 방글라데시 특공부대원들이 괴한 6명을 모두 사살 할 때까지 10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괴한들에게 살해당한 희생자는 최소 20여명으로 이탈리아인 9명, 일본인 7명, 미국인과 인도인 각 1명인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명은 방글라데시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이 포함됐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현지 한국 대사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달 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어지는 라마단 기간은 전 세계 무슬림이 금식과 기도, 선행을 베푸는 기간이다. AP통신은 ‘무슬림 전통이라는 상징성을 띄는 라마단 기간을 이용해 IS가 소프트타켓 테러를 감행한 것은 무장단체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극적인 공포 확산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인질극이 한창일 때 선전매체 ‘아마크를 통해 우리 6명의 ‘전사들이 십자군 전쟁(IS 등 무슬림을 겨냥한 서방 공격)에 참전한 나라 시민들을 겨냥해 이번 인질극을 벌였다”며 범인들이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배포했다. IS가 기획한 테러라는 점을 명확히한 것이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11월 유럽을 경악에 빠트렸던 프랑스 파리 IS테러와 ‘판박이다. 지난해 11월 13일 금요일 저녁 발생한 파리 테러 당시 테러범들은 파리 식당가와 극장가에서 ‘소프트타깃을 노린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벌였다. 지난달 28일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발생했던 자살폭탄 테러도 지난 3월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공항 테러와 상당한 유사성이 있었다. IS가 그동안 성공했던 ‘테러 방징식을 장소만 바꿔 재활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시리아와 이라크 등 거점에서 미국과 러시아 공세로 입지가 약해진 IS가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시아를 테러대상으로 삼아 전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 정보당국이 최근 IS 지시를 받고 힌두교 종교시설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11명을 구금했다”며 주로 서방을 겨냥했던 IS 전술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영국 EU탈퇴) 논란으로 서방의 대테러 연대가 약화되는 틈을 타고 IS가 더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일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 테러를 비롯해 IS테러는 명백히 안보 약화의 틈을 노린 공격”이라며 영국이 EU를 떠나더라도 테러 정보와 작전을 공유할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해 놓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든든한 동맹군이었던 EU가 브렉시트 여파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급기야 시리아 내전을 둘러싸고 ‘앙숙관계 였던 러시아에까지 손을 내밀어 IS퇴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2일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시리아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을 합동 공습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IS는 이날 아마크 통신을 통해 IS설립 2주년을 맞아 테러가 발생한 방글라데시와 터키,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위치한 ‘비밀조직 등 전 세계 IS 조직도까지 전격 공개했다. 2년만에 빠르게 해외에서 확장하고 있는 ‘세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용 기자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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