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주 보수당 `브렉시트 몰이`에 역풍, 친난민 성향 노동당 급부상
입력 2016-07-03 16:50 

4년 만에 호주의 정치 지형이 대격변을 겪게 됐다. 총선 결과 그간 제 1당으로 국민당과 함께 보수연합정부를 꾸려왔던 자유당이 제2당으로 추락하고 좌파진영인 노동당이 1당으로 급부상 했다. 자유당 대표인 말콤 턴불 현재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탈퇴) 국민투표 직후 세계적 경제위기 불안 속에서 현 정부에 힘을 실어달라”며 호소하고 난민차단책 등을 내세웠지만 되레 젊은 유권층의 반발만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노동당 역시 과반 득표에는 실패하면서 총리선출과 정부구성을 위해서는 소수 야당과 연합이 불가피해 얼마 전 끝난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정국불안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총선 개표 결과(한국시간 오후 3시 현재) 집권 자유-국민당 보수 연립정부는 총 150석 가운데 65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반면 제 1야당인 노동당이 64석을 차지했다. 2013년 총선에서는 연립정부가 90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현재 단독으로 58석을 차지해 제 1당인 자유당은 현재 개표결과에 따르면 39석 수준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현재 자유당 대표인 말콤 턴불 총리는 결국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반면 4년만에 단독 1당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노동당은 잔칫집 분위기다.

빌 쇼턴 노동당 대표는 오늘은 오랜 침묵 끝에 호주에서 노동당이 다시 돌아온 날”이라고 말했다.
이번 호주 총선은 영(英)연방의 계열의 첫 선거인 만큼 브렉시트가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보수 성향의 집권 자유-국민 연립당은 성장과 일자리, 강력한 국경보호 정책을 내걸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노동당은 공정성 강화와 불균등 해소, 학교와 의료 투자 확대 등을 내걸고 2013년에 잃은 정권 탈환을 위해 전력투구해 왔다.
현재 파푸아뉴기니 마누스 섬과 나우루공화국의 호주 역외수용시설에 약 1400여명의 난민이 수용돼 있다. 턴불 정부는 선상난민(보트피플)이 호주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대신 역외시설 수용자들을 캄보디아 등 제3국으로 보내는 강력한 난민 억제 정책을 택하고 있다.
반면 노동당도 이민과 난민 난립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국제사회 여론 등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대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호주연구소(AI)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선상난민의 호주 정착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현 정부 정책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턴불 자유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브렉시트 위기 돌파, 경제성장과 정부지출 축소, 강경한 난민정책 등 거대 이슈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빌 쇼턴 노동당 대표는 교육, 의료·보건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제시했다.
스카이 TV 조사에는 응답자의 72%가 보건 및 의료보험 문제가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으며 ‘교육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초 까지만 해도 자유-국민연합은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을 10%p이상 앞서기도 했지만 투표직전 오차범위 내까지 ‘확 좁아졌다. 그러자 턴불 총리는 브렉시트 여파로 세계 경제가 위기고 노동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정국이 불안해 위기가 온다”며 브렉시트를 내세워 표심에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4년 집권기간 동안 줄곧 경제가 추락하고 당내 내분으로 1차례 총리교체까지 일어난 보수연합에 대한 국민들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호주 연방하원 의석은 150석으로 과반 76석을 넘는 당이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 어느 당도 정부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수인 76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단독 과반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가능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2010년 이후 6년만이다.
선거가 끝나자 마자 자유-국민연립정부와 노동당간 무소속·군소야당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위한 치열한 ‘구애작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소수정당의 입김이 강해짐에 따라 집권당 위주의 안정적인 정국 운영은 힘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개표가 마감된다 하더라도 5일까지 합산될 수만 표의 우편·부재자 투표 결과가 남아 있다. 최종적인 총선의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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