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홍콩 민주화를 후퇴시킨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행정수반)이 내년 선거에 출마해서는 안됩니다."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19년째가 되는 1일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 내 '7·1대행진'(七一大遊行) 행사장에서 만난 회계사 무이(梅·38)모씨는 내년 3월 26일로 예정된 행정장관 선거에서 렁 장관이 연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무이 씨 등 홍콩인 수만 명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 빅토리아 공원에서 '일치단결 홍콩수호'라는 주제로 열린 집회에 참가해 렁 장관 퇴진과 중국에 구금된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습니다.
홍콩에서는 1997년 이후 매년 주권반환일인 7월1일 시민 수천∼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요구 행진이 진행되고 있으며 50만 명이 참가해 국가안전법 제정 시도를 무산시킨 2003년부터 중국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추모 집회와 함께 홍콩 내 주요 시민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행사장에는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 도심 점거 시위 때 유행한 노래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나요(試問誰還未覺醒)'가 울려 퍼져 집회 열기를 북돋웠습니다. 이 노래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광둥화(廣東話)로 번안해 편집한 것입니다.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이 주최한 집회에는 2005년 중국에서 날조된 간첩 혐의로 3년간 복역한 언론인 칭 청(程翔), 1981년 중국 인권운동가를 도왔다가 10년간 복역한 라우산칭(劉山靑) 등이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후 8개월간 중국 당국에 강제 구금됐던 람윙키(林榮基·61) 코즈웨이베이서점 점장은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껴 행사 참석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납치 의혹을 폭로한 람 점장을 돕고 있는 앨버트 호(何俊仁) 민주당 의원은 행사장에서 "람 점장이 최근 며칠간 낯선 이의 미행을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람 점장이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3시30분께부터 공원에서 3㎞ 떨어진 애드미럴티(金鐘) 정부청사를 향해 거리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지미 샴(岑子杰) 민간인권진선 소집인(위원장)은 이날 행진 참가자가 11만 명으로 작년(4만8천 명)의 2배를 넘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1만9천300명으로 작년(1만9천650명)보다 줄었다고 추산했습니다.
시민들은 섭씨 32도에 이른 무더운 날씨에도 도심 도로를 가득 메운 채 행진했으며 행진이 시작된 지 2시간이 지난 뒤에도 첫 집결지인 빅토리아 공원으로 참가자가 모여들었습니다.
행진 참가자들은 '결전 689'라는 글이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서 행진했습니다.
'689'는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1천200명의 선거위원회 위원 중 렁 장관에게 지지표를 던진 선거위원 수로,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가 홍콩 내 렁 장관의 지지자가 소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취임 4주년을 맞은 렁 장관의 퇴진과 직선제 도입 등 정치개혁안 마련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영국령 홍콩 깃발을 든 이들도 많이 눈에 띄어 홍콩인의 반(反) 중국 정서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홍콩대가 지난달 20∼23일 홍콩인 1천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국 국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31%로 작년보다 7%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친과 함께 행진에 참가한 대학생 찬(陳·22·여)모 씨는 "렁 장관이 대학 등 홍콩 각계의 자치권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내정 간섭을 환영했다"며 "행정장관을 교체한 뒤 직선제 도입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탈북자관주조(脫北者關注組)도 도로변에 부스를 설치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설명하는 전단을 행진 참가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탈북자관주조의 오언 라우(劉冠亨) 공동설립자는 "시민 자유를 억압하는 면에서 홍콩이 북한과 비슷해지고 있다"며 "홍콩인들이 민주주의가 약화하는 것을 모른 체하면 북한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각인하고자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습니다.
'홍콩판 쯔위(周子瑜)'로 불리는 반(反) 중국성향의 홍콩 가수 데니스 호(何韻詩·여)와 우산혁명의 아이콘 조슈아 웡(黃之鋒·19) 데모시스토(Demosisto·香港衆志) 비서장 등도 거리행진에 참가했습니다.
사회민주연선과 인민역량 당원 등 수백 명은 행진이 끝난 후 행정장관 관저인 예빈부(禮賓府)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찰은 사전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해산을 촉구했지만, 시위대가 거부하자 후추 스프레이를 발사해 시위대를 해산시켰습니다.
친(親)독립 성향 홍콩민족당과 본토민주전선 등 급진적 지역주의 단체들은 이날 저녁 7시 홍콩 주재 중국연락판공실(중련판) 앞에서 법치 보호와 폭력 반대, 독립 등을 요구하는 별도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삼엄한 경비 때문에 집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지역주의 단체의 집회에 대비해 중련판 부근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했으며 흉기를 소지한 일부 남성을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이날 충돌에 대비해 예빈부와 중련판에 경찰관 수백 명을 배치하는 등 홍콩섬 전역에 2천여 명의 경찰관을 배치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19년째가 되는 1일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 내 '7·1대행진'(七一大遊行) 행사장에서 만난 회계사 무이(梅·38)모씨는 내년 3월 26일로 예정된 행정장관 선거에서 렁 장관이 연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무이 씨 등 홍콩인 수만 명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코즈웨이베이(銅라<金+羅>灣) 빅토리아 공원에서 '일치단결 홍콩수호'라는 주제로 열린 집회에 참가해 렁 장관 퇴진과 중국에 구금된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했습니다.
홍콩에서는 1997년 이후 매년 주권반환일인 7월1일 시민 수천∼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요구 행진이 진행되고 있으며 50만 명이 참가해 국가안전법 제정 시도를 무산시킨 2003년부터 중국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추모 집회와 함께 홍콩 내 주요 시민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행사장에는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 도심 점거 시위 때 유행한 노래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이 있나요(試問誰還未覺醒)'가 울려 퍼져 집회 열기를 북돋웠습니다. 이 노래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광둥화(廣東話)로 번안해 편집한 것입니다.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이 주최한 집회에는 2005년 중국에서 날조된 간첩 혐의로 3년간 복역한 언론인 칭 청(程翔), 1981년 중국 인권운동가를 도왔다가 10년간 복역한 라우산칭(劉山靑) 등이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후 8개월간 중국 당국에 강제 구금됐던 람윙키(林榮基·61) 코즈웨이베이서점 점장은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껴 행사 참석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납치 의혹을 폭로한 람 점장을 돕고 있는 앨버트 호(何俊仁) 민주당 의원은 행사장에서 "람 점장이 최근 며칠간 낯선 이의 미행을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람 점장이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3시30분께부터 공원에서 3㎞ 떨어진 애드미럴티(金鐘) 정부청사를 향해 거리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지미 샴(岑子杰) 민간인권진선 소집인(위원장)은 이날 행진 참가자가 11만 명으로 작년(4만8천 명)의 2배를 넘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1만9천300명으로 작년(1만9천650명)보다 줄었다고 추산했습니다.
시민들은 섭씨 32도에 이른 무더운 날씨에도 도심 도로를 가득 메운 채 행진했으며 행진이 시작된 지 2시간이 지난 뒤에도 첫 집결지인 빅토리아 공원으로 참가자가 모여들었습니다.
행진 참가자들은 '결전 689'라는 글이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서 행진했습니다.
'689'는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 1천200명의 선거위원회 위원 중 렁 장관에게 지지표를 던진 선거위원 수로,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가 홍콩 내 렁 장관의 지지자가 소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취임 4주년을 맞은 렁 장관의 퇴진과 직선제 도입 등 정치개혁안 마련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영국령 홍콩 깃발을 든 이들도 많이 눈에 띄어 홍콩인의 반(反) 중국 정서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홍콩대가 지난달 20∼23일 홍콩인 1천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국 국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31%로 작년보다 7%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친과 함께 행진에 참가한 대학생 찬(陳·22·여)모 씨는 "렁 장관이 대학 등 홍콩 각계의 자치권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내정 간섭을 환영했다"며 "행정장관을 교체한 뒤 직선제 도입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탈북자관주조(脫北者關注組)도 도로변에 부스를 설치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설명하는 전단을 행진 참가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탈북자관주조의 오언 라우(劉冠亨) 공동설립자는 "시민 자유를 억압하는 면에서 홍콩이 북한과 비슷해지고 있다"며 "홍콩인들이 민주주의가 약화하는 것을 모른 체하면 북한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각인하고자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습니다.
'홍콩판 쯔위(周子瑜)'로 불리는 반(反) 중국성향의 홍콩 가수 데니스 호(何韻詩·여)와 우산혁명의 아이콘 조슈아 웡(黃之鋒·19) 데모시스토(Demosisto·香港衆志) 비서장 등도 거리행진에 참가했습니다.
사회민주연선과 인민역량 당원 등 수백 명은 행진이 끝난 후 행정장관 관저인 예빈부(禮賓府)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찰은 사전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해산을 촉구했지만, 시위대가 거부하자 후추 스프레이를 발사해 시위대를 해산시켰습니다.
친(親)독립 성향 홍콩민족당과 본토민주전선 등 급진적 지역주의 단체들은 이날 저녁 7시 홍콩 주재 중국연락판공실(중련판) 앞에서 법치 보호와 폭력 반대, 독립 등을 요구하는 별도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삼엄한 경비 때문에 집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지역주의 단체의 집회에 대비해 중련판 부근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했으며 흉기를 소지한 일부 남성을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이날 충돌에 대비해 예빈부와 중련판에 경찰관 수백 명을 배치하는 등 홍콩섬 전역에 2천여 명의 경찰관을 배치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