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지명도를 지닌 이우환(80) 화백이 위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화백을 포함한 국내 화가들의 작품 거래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술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수년 간 국내 단색화가들이 재조명 받으며 작품가가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 위작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2일 이상경 삼성증권 연구원이 서울옥션, K옥션, 크리스티, 소더비 등 국내외 대표 경매회사 4곳으로부터 받은 작가별 연간 낙찰 총액을 분석한 결과, 이들 경매사를 통해 거래된 이 화백의 작품 총액은 2011년 74억원에서 지난해 246억원으로 불과 4년 새 3배로 늘어났습니다.
이 화백 작품의 낙찰총액 추이를 보면 2011년 74억, 2012년 84억원, 2013년 29억원, 2014년 194억원, 2015년 246억원으로 전체적으로 급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 단색화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와 궤를 같이합니다. 중국, 일본 화가에 비해 한국 화가들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더해지며 이우환, 박서보, 정상환 등 한국 단색화가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이 화백의 인기는 해외 경매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로 한정해 보면 2006년 거래된 이 화백의 작품은 3점에 불과했지만 2010년 8점, 2014년 19점, 2015년 25점으로 급증합니다.
특히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는 2014년 11월 소더비가 뉴욕에서 개최한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에서 216만5천달러(약 23억7천만원)에 거래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 이 화백의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그의 작품에 대한 해외 경매 낙찰 비중이 2011년에 23%였으나 2014년과 2015년에는 50%를 넘어섰습니다.
또 이 화백 작품의 평균 너비(1㎡)당 가격은 4억원으로 김환기(9억원), 박서보(5억원)에 이은 3위입니다.
미술계 내부에서는 이 화백을 포함해 국내 단색화 작가들의 몸값이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의 장샤오강(張曉剛), 일본의 나라 요시모토, 쿠사마 야요이 등 다른 아시아 지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1㎡당 10억~25억원 선에 거래되는 점에 볼 때 아직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러나 한국 단색화 인기의 선두에 있는 이 화백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논란이 쉽사리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 화백을 포함해 다른 한국 작가들의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경매업체 관계자는 "시장에서 가장 꺼리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인기 작가지만 위작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아무런 영향이 없겠느냐"고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또 다른 미술 평론가도 "이 화백의 작품을 소장한 사람들은 이번 위작 논란이 소장품의 가치에 미칠 영향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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