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日 물가하락 때문에…다시 아베노믹스 실패론
입력 2016-07-01 14:45  | 수정 2016-07-02 15:08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석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탈출을 내걸었던 아베노믹스 실패론이 거세지고 있다.
1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0.4%나 하락했다. 3월과 4월에 각각 0.3%씩 하락한데 이어 석달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5월 하락폭은 일본은행이 1차 양적완화를 단행하기 직전인 2013년 3월(-0.5%)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심각한 물가하락은 저유가로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엔고로 인해 전반적인 수입물가마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6월에는 브렉시트 여파로 달러당 엔화값이 100엔 안팎까지 급등해 수입물가 하방 압박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은 2017년에 물가 2%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과 기업에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지난 3월 조사에서 기업들은 1년 후 물가를 0.8%로 예상해 일본은행 목표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요시유키 수이몬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저 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를 끌어내리고 있어 당분간 물가는 마이너스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고는 이미 물가뿐만 아니라 기업 이익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요 수출기업들은 올해 엔화값을 105~110엔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 상태가 지속되면 도요타, 캐논 등 주요 수출기업 영업이익은 2조엔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장기업 이익 감소는 주가 폭락으로 이어져 아베 정권 들어 주식투자를 크게 늘렸던 연기금(GPIF)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40조엔을 운용하는 GPIF가 주식투자를 2배로 늘리면서 지난해 5조엔(약 55조8000억원) 넘는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연기금을 관리하는 후생노동성은 큰 손실을 본 GPIF 운용결과를 예년보다 훨씬 늦은 이달 말에 내놓겠다고 밝혀, 이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야당은 ‘손실은폐라고 주장하며, 참의원 선거운동기간 아베노믹스 실패론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펴고 있다.
아베노믹스 실패론이 거세게 일면서 오는 28~29일 예정된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브렉시트 충격에서 빠져나오고 있지만 달러당 엔화값이 105엔 이내의 강세를 지속할 경우 BOJ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추가 금융완화는 월 통화량 공급량을 100조엔까지 늘리거나 현행 -0.1%인 마이너스 금리를 더 큰폭으로 내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