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의원 보좌진 편법 운영 행태, '구태 관행' 벗겨진다
입력 2016-06-30 15:23 
국회의원 보좌진 편법 운영/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보좌진 편법 운영 행태, '구태 관행' 벗겨진다



국회의원들이 보좌진에 대한 '갑질' 외에도 관행적으로 불법·편법 운용해온 행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여론의 질타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딸, 오빠, 동생을 채용해 논란이 일자마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역시 조카와 동서를 보좌진으로 기용한 게 드러나 결국 이들 보좌진이 국회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더민주 안호영 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한 6촌 동생도 비서관직을 자진사퇴했습니다.

이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자 이들외에도 관행으로 친인척을 유급 참모진으로 고용해온 여야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사실관계를 소명하고 정리하는 등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눈에 드러난 친인척 보좌진 채용외에도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국회의원실에 이보다 더한 일도 벌어진다는 게 전·현직 보좌진의 증언입니다.

국회의원 집무실 격인 의원회관에 상주하는 보좌진으로 친·인척과 지인을 채용하는 것은 고전적인 행태입니다.

제18대 국회에서 3선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A 의원은 자신의 친동생을 정치후원회 사무국장으로 올려놓고 매달 500만원씩 지급했다고 신고했지만 이 사람은 출근조차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 후원금 관리는 여의도 의원회관에 상주하는 9급 여비서가 담당했고, 1년에 6천만원이 고스란히 빠져나갔습니다.

정치후원금은 1인당 1년에 10만원 이하는 세액 공제, 그 이상은 소득 공제 대상이 되기 때문에 A 의원은 세금을 유용한 셈입니다.

같은 당 중진인 B 전 의원은 현재는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지만 과거 동료 의원에게 함께 일하던 전 보좌관의 채용을 부탁했습니다.

이 보좌관은 현재 근무 중인 의원실에서는 사실상 '잉여 인력'으로, 여전히 주로 B 전 의원에게 국회와 정당 동향을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종의 동료 의원간 '품앗이'인 경우입니다.

새누리당 C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은 상주하는 보좌진이 별로 없어 휑하다. 정원의 절반 정도를 지역 사무실로 보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배치하는 게 법적 문제는 없지만 입법 활동을 돕기 위한 보좌진이 지역에서 경조사나 지역 행사 참석 등 사실상 선거 운동에 전념함으로써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더민주 D 의원은 국회 사무처에 등록된 보좌관 대신 아들을 보좌관으로 활동하게 해 월급을 지급했고, E 의원의 조카는 실제로는 일하지 않았지만 지역사무실 보좌관으로 등재해 꼬박꼬박 월급을 챙겼습니다.

이와 함께 유력 정치인인 F 의원은 보좌진 월급에서 일정 금액씩 갹출해 '정원 외 인력'을 채용, '특별 보좌관'이라는 직함을 부여했습니다.

이른바 '월급 쪼개기'로 일자리를 창출한 셈으로 의원의 지시에 기존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지적을 받으면 당장 논란을 무마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30일 "모 의원은 친인척 채용이 논란이 되자 인터넷에 노출된 '국회의원 포털'에서 해당 친인척 보좌관의 이름을 지우는 식으로 문제를 덮으려 했다"고 귀띔했습니다.

국회의원 1명은 보좌진으로 4급 보좌관(2명), 5급 비서관(2명), 6급 비서(1명), 7급 비서(1명), 9급 비서(1명), 인턴(2명)까지 모두 9명을 채용할 수 있습니다.

연봉은 4급이 7천750여만원, 5급 6천800여만원, 6급 4천720여만원, 7급 4천70여만원, 9급 3천140여만원, 인턴 1천760여만원입니다. 채용한도를 채웠을 경우 보좌진 연봉은 4억4천550여만원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정치적 동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직장 개념이 강해져 '사장과 직원'을 넘어 심지어 '주종 관계'인 의원실이 많다는 게 보좌관들의 전언입니다.

특히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의원실에서 보좌진을 공개 모집하면 경쟁률이 수십대일로 치솟고 어느 날 해고를 통보하면 그만둬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모 의원실의 4급 보좌관은 과거 한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막상 나가면 당장 맞닥뜨릴 처자식 걱정에 나가지도 의원회관에 눌러앉았습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여야 모두 단속에 나섰습니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국회의원이 8촌 이내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보좌진들이 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낼 수 없도록 정치자금법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더민주는 우상호 원내대표는 친전을 보내 보좌진 채용 및 후원금 모금에서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친인척 채용금지부터 특권 내려놓기 전반을 검토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역시 편법채용이 없는지 전수조사를 벌였고, 이날 의총에서 담당 실무진으로부터 "친인척 보좌진 채용 사례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김광수 의원은 국회의원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혈족과 인척의 보좌진 채용과 선거사무장 및 후원회 회계책임자 선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른바 '국회의원 셀프채용금지 3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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