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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블루칩인터뷰] 권시현 “윤시윤·변요한 형 덕분에 진중함 배웠다”
입력 2016-06-30 13:52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3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권시현입니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에서 강지찬 역을 맡았습니다. 제작발표회에 처음 참석해보기도 했는데, 긴장됐지만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막상 무대에 서니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다음엔 준비한 포즈를 더 자연스럽게 마음껏 취해보고 내려올래요.(웃음)



◇ ‘여자의 비밀 강지찬 역, 처음부터 욕심 났어요

지난 27일부터 첫방송을 시작한 ‘여자의 비밀은 호흡이 길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 중 가장 역할이 큰 캐릭터에요. 설레기도 하고, 부담감도 있지만 현장도 즐겁고 모두 좋은 분들만 만난 것 같아서 행복하게 촬영 중이에요.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끝나고 길지 않은 텀을 두고 또 작품을 하게 돼 시기가 정말 잘 맞았단 생각이 들어요.

캐릭터도 정말 좋아요. 여주인공 강지유(소이현 분)의 남동생 강지찬이란 친구를 맡았어요. 지드래곤처럼 스타가 되고 싶은 뮤지션 지망생이죠. 하지만 매번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내 실력을 왜 몰라주나 원망하면서도 꿋꿋이 나아가는 부잣집 막내아들이에요. 극중에선 ‘해피 바이러스같은 역할인데 불의를 못 참는 ‘정의의 사나이 느낌도 있고, 허당 이미지도 있고, 능글 맞은 부분도 있는 재밌는 친구에요.

제가 드라마 데뷔작이 ‘미녀의 탄생인데 거기에선 밝은 역할이었고요, ‘육룡이 나르샤에선 황희 정승 역으로 무겁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드렸죠. 이번엔 그 두 개를 섞어서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매력있는 캐릭터를 더 잘 만들어가야겠단 부담감도 있고, 설레기도 하고, 하나하나 찾아가는 그런 재미도 있어요.

사진=이현지 기자


게다가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소이현 선배님, 최란 선생님, 김서라 선생님이 가족으로 나와서 그 분들의 연기를 옆에서 직접 볼 수 있죠. 특히 최란 선생님과는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있어요. 오민석 선배님이랑은 싸우는 신도 하고, 나중엔 러브라인도 생긴답니다. 지찬이는 제게 ‘종합선물세트 같아요. 지찬이의 희로애락을 다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 오디션을 갔을 때부터 강지찬이란 역에 눈길이 갔죠. 30대가 되기 전에 ‘청춘의 아이콘을 해보고 싶었고요, 밝고 어둡고 진지한 모습 모두를 가지고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였거든요. 제가 딱 하고 싶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강지찬에 확정이 됐을 때 정말 설렜어요. 제 안의 성향을 다 찾아내서 끄집어내고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 신났고요. 지찬이란 캐릭터에 애정이 많아요. 그래서 더 노력하고 싶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 ‘육룡이 나르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했죠

이번에 ‘여자의 비밀에서 맡은 강지찬은 전작 ‘육룡이 나르샤 속 황희와는 전혀 달라요. 긍정적이고 넉살 좋은 게 비슷한데, 장남이라 가족들에게 넉살좋게 하지 못하는 건 좀 다르죠. 극중에선 제가 노래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춤도 추고, 성대모사도 해요.(웃음) 제가 언젠가 뮤지컬을 해보고 싶단 꿈을 가질 정도로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런 저의 모습들이 농축돼 보여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 캡처


‘육룡이 나르샤 때와 외모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요? 그 땐 수염을 많이 붙여서 아마 못 알아보신 분이 더 많았을 거예요. 황희라는 실존 역할을 연기해야 해서 고민도 많이 했죠. 위인전도 사서 읽고, 수염을 실제로 기르기도 했어요. 황희라는 인물을 다른 기라성같은 선배님들도 하셨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됐고, 그 분들의 연기를 많이 찾아보기도 했어요. 준비를 정말 많이 해서 나중엔 조금씩 자신감이 생길 정도였어요.(웃음)

사실 제가 ‘베토벤 바이러스에 김명민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는데 그 분과 1대1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생겨서 정말 좋았어요. 제게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으니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겠다고도 말씀해주셨죠. 유아인 선배님과 천호진 선배님이 서로 칼을 들고 노려보는 장면은 그 뒤에서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압도라는 단어가 뭔지 확실히 느꼈어요. 이런 명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었죠.

‘육룡이 나르샤를 빛내주셨던 다른 배우 선배님들을 만나면서 진실된 감정을 많이 느꼈고, 이런 배우가 돼야겠단 다짐도 많이 했어요. 그 와중에 감독님께서 종방연 때 다른 배우 분들 앞에서 저를 불러서 ‘젊은 황희가 이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단 있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잘 표현해줘서 고맙고, 기회가 되면 또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겐 최고의 칭찬이었죠. 더 겸손하고, 노력해서 또 다시 선배님들, 감독님과 만나서 연기하고 싶어요. 정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 윤시윤, 변요한 형 덕분에 진중함을 배우게 됐습니다

전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를 하긴 했지만, 그 땐 마냥 호기심이었고요, 운좋게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게 됐어요. 진심으로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한 건 군대를 다녀온 후 스물 네 살 때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배우에 대한 열망도 많이 생겼어요.

사진=이현지 기자


그 때 두 명의 형님께서 저를 많이 이끌어주셨어요. 그게 윤시윤 형과 변요한 형이었죠. 윤시윤 형은 제가 군대를 마치고 서울에 왔을 때, 정말 막막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을 때 자신의 집에 1년 가까이 살게 해줬어요. 그것도 시윤이 형 가족이 다 같이 사는 집에 말이에요.(웃음) 정말 감사했죠. 제가 그래서 그 집의 ‘해피 바이러스가 됐어요.(웃음) 시윤이 형은 배우적인 마인드가 강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에요. 올곧은 성격이고요. 제가 ‘육룡이 나르샤에서 했던 황희 정승이 그런 느낌일 것 같아요. 실제로 연기할 때 참고도 많이 했죠.

변요한 형은 입시준비 할 때 학원에서 만났어요. 꾸준히 제게 단편영화, 독립영화에 대한 중요성을 말해줬고, ‘차근 차근 쌓아가라는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그럴 기회도 많이 만들어줬고요. 그래서 저도 형 덕분에 독립영화에서 활동을 시작해서 스무 편 가까이 찍게 됐고, 드라마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된 거죠. 두 형들에게 갚을 게 너무 많아요. 두 사람을 못 만났다면 지금쯤 배우가 안 됐을 수도 있고요. 본질적인 연기를 잘 해야 겠다는 마음가짐을 알았고, 진중함을 배웠어요.

그렇게 단편영화를 1년 반 정도 찍다가 2014년 ‘미녀의 탄생을 시작으로 드라마도 나왔고, 영화 ‘연평해전에 출연할 수 있게 됐죠. 제가 출연한 단편영화들도 운 좋게 영화제에 출품돼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어요.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은 일들을 경험했고, 많은 분들을 만났죠. 무엇보다 동료들이 곁에 있다는 게 정말 정신적으로 위안이 되고, 나름대로 작품을 끝낸 후 찾아오는 공허함을 극복하는 비결이 되기도 해요.

사진=이현지 기자


배우라는 직업, 힘들지 모르죠. 하지만 전 모든 직업이 다 힘들다고 생각해요. ‘장단점이 있는 거죠. 데뷔 전에 카페, 영화관, 고깃집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데 다 힘들더라고요.(웃음) 얼마나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즐기면서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기자라는 게 정해진 길이 있는 게 아니니, 그에 따른 불안정함도 있겠죠. 하지만 전 그걸 게임처럼 즐거워해요.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즐기면서 하니까 하루하루가 행복하고요.


◇ 남은 시간, ‘여자의 비밀 강지찬으로 열심히 살아볼게요

사진=이현지 기자


올해는 100부작인 ‘여자의 비밀을 하면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열심히 잘 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완전 막내라서 선배님과 제작진에 ‘엄청 많이 물어보고 가르침을 쏙쏙 흡수해서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다행히 어머니께서 ‘사이좋게, 배려하며라는 걸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현장에서도 어려움 없이 사람들과 좋은 인연 쌓아갈 수 있게 됐답니다. 여기서도 좋은 인연 많이 만들어서 많이 배워야죠.

일단 강지찬을 잘 하고 싶지만, 이걸 통해서 ‘잘 되어야지하는 욕심은 없어요. 즐기면서, 선배님들과 화기애애하게 잘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목표가 ‘사법고시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자는 거였어요. 올해도 절반이 지났는데, 그 목표를 잘 지켜가고 있거든요. 마지막까지 그 목표 잘 이뤄서 2016년의 모든 하루를 꽉 차게 살아내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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