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위 사잇돌대출 홍보비 12억원 시중은행 할당 논란
입력 2016-06-30 11:32 
사잇돌대출/사진=연합뉴스
금융위 사잇돌대출 홍보비 12억원 시중은행 할당 논란



연 6∼10%대 은행권 중금리 대출상품인 '사잇돌 대출'의 홍보비 분담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 임원들을 회의에 불러 사잇돌대출 홍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이 정책금융상품의 홍보비용을 갹출하기 위해 은행들의 팔을 비트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30일 금융위와 은행권의 설명을 종합하면 금융위는 지난 27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 사잇돌 대출 홍보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앞서 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IBK기업, KB국민, 수협, 제주, 전북 등 9개 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협약을 맺고 다음 달 5일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출시하기로 했다고 금융위가 23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대출시장이 소득과 신용도가 우수한 사람들을 위한 저금리 시장과 중저 신용자를 위한 고금리 시장으로 양분되면서 중간 구간의 '금리절벽' 간극을 메우겠다는 취지였습니다.

27일 회의는 애초 금융위 중소서민금융 담당 국장이 주재하려던 자리였지만 국회 일정 등으로 금소금융 담당 과장이 대리해 주재했고, 은행 측에서는 7개 은행 마케팅 또는 개인금융 영업 담당 임원이 참석했습니다.

서울보증 측에서도 담당 임원이 참석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지면광고비 집행 등을 위해 12억원을 분담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은행권 일각에서는 '관치'에 익숙한 금융위가 정책금융상품 홍보를 위해 임원들을 불러 모아 비용 분담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회의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사잇돌 중금리 대출'과 같이 소비자 편익을 제고시키는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고 발언하면서 금융위가 홍보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금융위는 금융사 간 자율적인 홍보 방안 논의 자리였을 뿐 비용 분담 압박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는 이날 보도 해명자료를 내고 "회의에서 7개 은행 및 서울보증보험이 개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홍보방안을 공유했으며 일부 금융회사는 홍보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해 다른 금융회사에 협조가 필요한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홍보방법, 비용 등에 관한 사항은 각 은행과 서울보증보험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이날 회의에서 홍보방안이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 임원은 "어차피 은행권 공동출시 상품이어서 신문지면에 광고노출을 하는데 협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개별 은행이 일부 언론에만 광고를 실으면 광고를 싣지 못한 언론사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은 신시장 개척이라는 의미가 있는 데다 정부에서도 중금리 시장 파이를 키우려고 해 적극적인 자세로 움직이고 있다"며 "홍보회의에서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함께 하자고 제안했지 당국의 압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금융사 갹출 압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올초에는 금융위가 핀테크 홍보대사인 배우 임시완씨가 주연한 '오빠생각'의 흥행을 위해 금융사에 영화 예매권 대량 매입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금융위는 "임씨가 영화촬영으로 바쁜 중에도 핀테크 홍보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이에 금융권에서 영화 오빠생각을 응원해 주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금융회사가 직원복지 차원에서 영화표를 구매해 현장직원에게 나눠주기도 했으나 조직적 차원의 강매나 할당은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런 해명과 달리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강제할당이 맞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강압 논란에는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조치였다'였다는 해명이 항상 뒤따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자발적인 참여라고 하더라도 정책금융상품과 관련해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자가 회의 석상에서 홍보비 분담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일이 없더라도 은행 담당자들을 불러모으고, 회의를 주재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금융사에게는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홍보 협업 필요성을 자발적으로 느꼈다면 굳이 금융위가 담당 임원들을 불러 회의를 소집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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