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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24번의 끝내기와 10구단의 온도차
입력 2016-06-30 06:02 
두산의 민병헌(가운데)이 6월 12일 잠실 롯데전에서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KBO리그 1230번째 끝내기 경기에서 진기록이 나왔다. 문규현(롯데)은 6월 29일 사직 삼성전서 3-4로 뒤진 9회말 심창민의 133km 슬라이더를 때려 2타점 역전 결승타를 기록했다. 전날 안지만을 상대로 끝내기 3점 홈런을 쳤던 문규현은 KBO리그 최초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의 새 역사를 썼다.
그날 끝내기 함성이 터진 곳은 부산만이 아니었다. 광주에서도 승리의 폭죽이 터졌다.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이범호는 두 팔 벌려 환호도 잠시, 동료들에 둘러싸여 물벼락 세리머니를 경험했다.
끝내기의 짜릿함에 취하고 있는 6월의 마지막 주. 끝내기에 관한 올해 KBO리그 및 10개 구단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6.7%의 끝내기 승부
KBO리그는 6월 29일 현재 359경기가 열렸다. 반환점이 눈 앞. 시즌 총 720경기의 49.9%를 소화했다. 그 가운데 끝내기 기록은 24경기. 6.7%의 비율이다.
지난해까지 끝내기 경기는 총 1206번. 지난 2012년 이후 32경기-43경기-46경기-59경기로 증가 추세였다. 10구단 체제로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가장 많은 끝내기 희비가 그라운드서 펼쳐졌다.
그에 비하면 올해 끝내기 경기 페이스는 좀 주춤한 편이다. 통산 2번째 개막전 대타 끝내기 안타(4월 1일 잠실 한화-LG전의 양석환)가 터지더니 3일 연속 끝내기 경기가 펼쳐졌다. 4월에만 끝내기 11경기였다. 하지만 5월 들어 5경기로 뚝 떨어졌다. 6월 14일부터 25일까지는 끝내기 승부가 1번도 없었다.
그러다 다시 늘고 있다.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15경기 중 4경기가 끝내기 안타(홈런 포함)에 의해 승부가 갈렸다. 6월 29일은 시즌 5번째 1일 끝내기 2경기가 펼쳐진 날이었다.

끝내기 승리는 9회말, 10회말, 11회말, 12회말 등 4번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24번의 끝내기 경기서 그 조건이 발동된 이닝 분포를 살펴보면, 뒤로 갈수록 줄어든다.
9회말이 10번으로 가장 많으며, 10회말이 8번으로 2번째다. 11회말은 5번인 반면, 12회말은 딱 1번이었다. 올해 연장전이 펼쳐진 건 32번. 그런데 홈팀이 마지막 12번째 공격에서 극적으로 승리의 나팔을 분 건 시즌 첫 끝내기 승부였던 LG와 한화의 개막전뿐이었다.

LG의 채은성(가운데)이 4월 29일 잠실 kt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같은 5패지만…한화-LG의 희비
시즌 1호 끝내기 승부는 4월 1일 잠실 한화-LG전이다. 역대 개막전 2번째 최장 시간인 4시간42분이 걸린 이날 LG는 12회말 대타 양석환의 끝내기 안타로 웃었다. 이튿날에도 이병규(7번)가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안겼다. LG는 역대 개막 2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 1호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총력전, 그 결과는 두 팀의 초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끝내기 승부에도. LG는 4월 끝내기 경기만 5번 치러 4승을 챙겼다(5월에도 1승). 반면, 한화는 4월 28일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로 시즌 첫 연장승을 거뒀으나, 조인성의 포일 및 정우람의 폭투까지 더해지며 5월까지 끝내기 경기 승률이 16.7%(1승 5패)에 그쳤다.
그러나 현재 LG에게 끝내기 승부와 관련해 묻는 건 삼가야 한다. 6월 두 팀은 정반대가 됐다. LG는 6월에만 끝내기 패배 4번을 경험했다. 마무리투수 임정우는 6월 12일과 14일 잇달아 끝내기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그 폭탄을 안겨 준 게 한화. 대전에서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 및 양성의 끝내기 희생타로 임정우를 울렸다. 2개월 전 당한 걸 고스란히 되갚은 셈이다.
LG는 10번으로 끝내기 경기를 가장 많이 했다. 한화가 8번으로 그 뒤를 잇는다. 두 팀 모두 패배가 5번으로 최다. 하지만 6월 들어 독수리와 쌍둥이의 명암이 뚜렷하다.

넥센의 윤석민(가운데)은 고척돔 끝내기 안타 1호의 주인공이다. 4월 3일 고척 롯데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리며 넥센의 첫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사진=MK스포츠 DB
▲100% 승률의 넥센-0번의 NC
끝내기 승부의 절대 강자는 넥센이다. 3경기 3승으로 100% 승률을 자랑한다. 넥센의 끝내기 승리를 보고 싶다면,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을 기대하라. 넥센은 3경기 모두 9회말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5월 8일 고척 KIA전에서 박정음의 첫 끝내기 안타로 시즌 첫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17일 후에는 대타 홍성갑은 데뷔 후 처음으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SK도 4번이나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6월 26일 문학 두산전, 9회말에만 안타 3개와 4사구 3개를 묶어 이현승을 공략했다. 김민식은 프로 통산 18번째 안타를 끝내기 안타로 장식했다.
롯데는 문규현의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끝내기 승부 승률 5할(3승 3패)을 기록했다. 시즌 1번 밖에 없는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4월 19일 사직 한화전의 강민호)을 한 팀도 롯데다.
승률이 가장 낮은 팀은 KIA. 인천(4월 8일), 대전(4월 28일), 서울(5월 8일)에서 씁쓸한 경험을 했다. 하필 이동일만 2번. 광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나마 0% 승률은 피했다. 6월 29일 주장 이범호가 한 건을 올리며 단번에 25%(1승 3패)까지 끌어올렸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넥센과 나란히 100% 승률이었던 삼성은 부산에 갔다가 연이어 찝찝하게 패했다(2승 2패). 승리조의 붕괴. 믿었던 안지만과 심창민은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NC는 흥미롭다. 68경기에서 42번을 이겼고 24번을 졌으나 끝내기 승부는 1번도 없었다. 10개 팀 중 유일하다. 다른 팀은 많게는 10번(LG·5승 5패), 적게는 3번(kt·1승 2패/넥센·3승)을 경험했으나, NC에게 끝내기 승부는 ‘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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