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나마운하 102년만의 첫 확장 개통…개시 손님은 중국 선박
입력 2016-06-27 17:06  | 수정 2016-06-28 17:38

26일 오후 4시(현지시간) 두 번의 뱃고동 소리와 함께 대형선박 한 척이 파나마운하 서쪽 태평양 출구인 코콜리 갑문 입구에 나타났다. 이어 갑문 안쪽으로 물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개통 102년만에 파나마운하가 처음으로 확장 공사를 마치고 첫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확장 공사 전에는 폭 32m, 길이 295m 이하 크기의 선박만 운하를 통과할 수 있었지만 이젠 폭49m, 길이 366m 까지 대형 선박들도 파나마 운하 통행이 가능해졌다. 확장 이전에는 세계 선박의 절반이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없어 남미대륙을 돌아서 가거나 지구 반대편 수에즈운하를 경유해야 했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초청된 12개국 정상과 68개국 대표단 그리고 2만여명 관람객 앞에서 새 운하는 세계를 하나로 잇는 통로”라며 오늘은 세계가 하나되는 날, 파나마가 위대한 일을 해낸 날”이라고 자축했다.
사상 최대 규모 불꽃놀이와 함께 갑문이 열리자 위용장대한 컨테이너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 운하를 첫 통과한 선박은 중국 해운사 코스코의 ‘쉬핑 파나마. 지난 11일 그리스 피레우스항을 떠나 상하이로 향하는 배다. 적재 규모가 9472TEU로 9000개 이상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규모다. 이날 쉬핑 파나마는 5000여개 컨테이너를 싣고 들어왔다.
새 파나마운하 첫 통과 선박을 중국 선사로 결정한 것은 파나마의 전략적 고려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중국의 파나마운하 통항량은 4840만t으로 미국 1억6070만t에 이어 2위다. 하지만 폭발적인 증가 추세인 중국 물동량과 수에즈운하로 통항하는 중국 해운사 물량을 감안한다면 중국은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고객이다.
파나마운하청 관계자는 수에즈운하를 통항하던 중국 물량이 파나마운하로 돌아온다면 10년 내 파나마운하 통항량은 지금보다 3배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해 지난해 8월 파나마 콜론자유무역지대에 물류센터를 설립한 것도 파나마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황기상 코트라 파나마무역관장은 새 운하 건설 컨소시엄 선정 과정에서 기존 파나마운하를 짓고 86년간 운영한 경험을 갖춘 미국을 배제하고 스페인 컨소시엄에 공사를 맡긴 것은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세계 해운 물동량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을 잡기 위해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베팅한 것이다. 미국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어쩔 수없이 파나마운하를 이용해야 하지만 중국은 마음먹기에 따라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날 행사 참석은 불발됐지만 중국의 관심은 적지 않았다. 행사장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중국 기업인과 기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파나마인들은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등 중국에 대한 환대가 예사롭지 않았다.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는 지난 2007년 9월 공사에 착수해 기존 운하 옆에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9년간 52억5000만달러(약 6조1600억원)이 투입됐고 한국의 현대삼호중공업이 운하 수위를 조절하는 수문 밸브를 공급했다.
[파나마시티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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