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음악 좀 아는 언니의 직썰]반도의 흔한 연애의 재구성(feat.장얼)
입력 2016-06-27 14: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I 연재 기고 = 음악 좀 아는 언니의 직썰⑦]사랑에는 늘 서툰 당신을 위한 안내서, 장얼 4집 ‘내사노사
- 반도의 흔한 연애의 재구성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금마가 사람이가)
내 사랑에 초연한 사람이 어딨나요 (금마가 사람이가)"
(장기하와 얼굴들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중)
이건 뭐 연애가 아니라 전략이고 전술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수 싸움, 이젠 더욱 고수의 영역으로 인정받게되는 ‘밀당의 영역.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 하늘 아래 그런 고수가 있기는 할까?
정말 그 ‘놈아(금마)가 사람일까?
여기 연애를 할만큼 했지만 아직도 연애를 통 모르겠다는 장모씨(서울 거주, 30대)의 연애담이 있다.
‘반도의 흔한 남자의 연애 과정을 지켜보며 과연 나의 연애는 어떤지 반추해보자.
#연애의 시작 - 취향 안맞아도 괜찮아, 어차피 잘 맞아도 헤어지던데…
나는 생선회, 산울림, 광화문거리, 미숫가루, 손편지 등등을 좋아하지만 그대는 안좋아해도 괜찮아요.
나랑 똑같은 것들을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더랬어요
당신도 결국엔 날 떠날 거잖아요 아무래도 난 상관이 없어요
그 사람마저도 나를 떠났잖아요
아무래도 난 괜찮아요”
(‘괜찮아요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가장 뜨거운 연애의 시작에서 가장 차가운 이별의 미래를 준비하고있다.
마치 전쟁터로 향하면서 돌아갈 고향을 생각하는 한 병사처럼.
#연애의 과정 - 나는 진심인데 너는 왜 지멋대로니? ㅋ 이 뭐야 ㅋ이…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거쳐 연애를 시작한 장모씨.
그러나 연애의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이 여자 왜 이렇게 제 멋대로인거야?
남의 연애에는 이런 저런 간섭을 잘 해
감 나라 배 나라 만나라 헤어져라 잘 해…
근데 니가 토라져버리면
나는 그냥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하겠어”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디있나요 중에서)
오지랖 넓은 ‘연애 이론의 고수는 정작 자신의 여친이 토라지면 하루가 마비되고 만다.
손에 잡히지 않는 여친의 행보가 어디 이것뿐인가.
그녀는 문자 답장 하나에도 너무 제 멋대로다.

나는 마치 콩을 젓가락으로 옮길 때처럼
이모티콘 하나마저 조심스럽게 정했어
나는 큰 결심을 하고서 보낸 문잔데
너는 ㅋ 한 글자로 모든 걸 마무리해버렸어”
(‘ㅋ 중에서)
그는 정성스레 문자를 보냈지만, 여친은 바쁜건지 뭘 하는 건지, ‘ㅋ 한 글자로 답장을 보내고,
남자는 눈물 콱 쏟아져 버리고 말았다”고 그 때의 아찔했던 소감을 전한다.
#싸웠다 - 비 온 뒤 땅은 굳기는 커녕 갈라져버리고…
그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화가 났고, 알 수 없는 말을 던지더니, 알 수 없는 이유로 그의 집에 나타났다.
남자는 이 참에 제대로 마쵸 매력을 뽐내면서 여친을 길들이리라 다짐하며
무심한 말투로 여친을 맞는다.
그러게 왜 그랬어? 왜 애초에 그런 말을 했어?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질 못할 거면서 아 또 왜 울어?
나는 뭐 괜찮아서 이래? 그렇게 모진 말도 잘만 했었으면서
왜 그러고 섰어? 일루 와 얼른 일루 와
이렇게 안고 있으면 미친 듯이 좋은데…”
(‘그러게 왜 그랬어 중)
여친을 보고 화가 나서 터트린 말들은 어느덧 여친을 걱정하는 말투로 ‘변질되고,
(사실은 여친의 얼굴을 본 순간, 남자의 화는 다 풀려있었다)
천상 ‘사랑꾼인 남자는 여자를 품에 안고는 비로소 싸움을 종결시킨다.
하지만 싸움은 결코 싸움으로만 끝나지 않고, 크던 작던 두 사람만의 우주에 잦은 균열을 남긴다.
그들은 싸울 때마다 ‘노련하게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헤어진다.
#이별, 적극적 망각- 빠지기는 빠지더라 뭐
이불이랑 베개랑 매트리스 시트랑
소파랑 쿠션에 배겨버린 냄새가
정신 나간 놈처럼 맨날 퍼마시며
몇날 며칠을 지내니 빠지기는 빠지더라”
(빠지기는 빠지더라” 중)
뭐 이별에 장사있나. ‘마법의 묘약이자 시대를 초월한 한국인의 민간 요법 술의 힘을 빌어 그 남자는
무척이나 제 멋대로였던 그 여자의 온갖 흔적과 잔향을 털어내는데 성공한다.
#상념 혹은 그리움- 더 잘 해줄걸,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조금 나아졌는지 몰라
오늘 같은 날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울고 있는 널 살며시 안아줬을 텐데
그때보다는 아주 조금은
따뜻하고 넓어진 나의 마음으로 너를 안아 줄 텐데”
그녀가 유난히 더 생각나는 오늘같은 날, 남자는 조금은 더 성숙해진 요즘,
만약 다시 그녀와 만난다면 더 잘해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없다. 어쩌면 다른 연애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자는 그녀의 근황을 알고싶지 않다. 알게되면 오히려 더 아플지도 모르니까.
그냥 둘만으로 행복했던 그 때의 잠시를 떠올리며 남자는 반도의 흔한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날씨 한 번 좋네. 또 연애 하고 싶게…

※ 필자 '음악 좀 아는 언니'는 가요·팝·공연 등 장르를 넘나들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터테인먼트업계 종사자다. 가죽 치마를 즐겨입는 그는,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