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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2016년에 BIFF 독립·자율성 외칠 줄이야…
입력 2016-06-27 09:4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어떤 기관이나 단체, 개인이 영화제 운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정관에 못 박겠다. 작품을 선정하고 게스트를 초청하는 건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이니 이 역시 마찬가지다. 정관 개정이 늦어도 7월 말까지 이뤄지도록 하겠다."
지난 23일, 부산국제영화제의 김동호 신임 조직위원장이 나직하지만 강한 어조로 몇 차례 강조한 사항이다.
필름이 끊겨 나가는 건 기본이었고 억압받으며 자유도 많지 않았던 과거 독재 시절이었다면 분명 가슴 뛰는 주장이었으리라. 현재는 2016년이라는 게 함정이다.
'이제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겠다'는 상황이니 생각할수록 어처구니없다. 더 안타까운 건 여전히 김 조직위원장의 말이 손쉽게 가능한지 아닌지 물음표라는 게 영화계에 퍼져 있는 시각이다.
만듦새가 대단하다고 할 수 없는 '다이빙벨'로 드러난 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의 심리가 20년 역사의 영화제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외국영화제 안 부럽다고 생각한 영화팬들에게 열패감을 안긴다. 영화제를 이끄는 또 다른 중심축인 전임 조직위원장이 자기 마음대로 영화제에 관여할 수 있다는 판단은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할 따름이다.

'다이빙벨' 사건으로 촉발되긴 했으나 이참에 드러난 과거 생각들이 척결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김동호 신임 조직위원장이 풍기는 카리스마처럼, 그가 단언한 대로 잘못된 생각들이 단칼에 뿌리 뽑히길 많은 영화인이 바란다.
김 조직위원장의 의지는 엄청나다. "내가 정관개정을 주도하(는 위원장이)기 때문에 일이 안 될 수가 없다"고 확언했다. 영화제 조직위원회 구성원이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이들이 태반이긴 하지만 정관 개정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리 없다는 얘기다. 조직위원회 구성도 점차 영화계 사람으로 늘려 채우겠다는 약속도 했다.
영화와 영화제에 관심 있는 척했지만 제대로는 알지 못했던 전임 '당연직' 정치인 부산시장이 민간에 조직위원장 자리를 넘겨준 건 잘한 일이다.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영화제는 간신히 다시 달려갈 수 있게 됐다. 1회 때부터 영화제를 이끈 김동호 위원장이 좌초 위기에 있던 영화제를 맡게 돼 영화계 안팎에는 기대가 높은 듯하다.
영화인 단체들의 선택이 남았다. 영화제작가협회.영화감독조합 등 영화계 9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 투표를 통해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의 기반이 마련되는 정관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정관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듯싶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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