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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프’①] 엄마는 늘 거기 있을 줄 알았죠
입력 2016-06-25 12:26 
[MBN스타 금빛나 기자] 나는 우리 엄마가 ‘늘 좋다?”라는 고현정의 질문에 번쩍 손을 들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세상의 많은 자식들은 나도 우리 엄마가 결론적으로는 좋은데 늘은 아니야”고 웃으면서 말을 한다.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엄마가 아픈 줄도 모르고 말이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모든 엄마들은 아프다. 민호(이광수 분)의 엄마 희자(김혜자 분)는 치매증상이 나타났고, 완(고현정 분)의 엄마 난희(고두심 분)는 간에 악성종양이 생겼다.

24일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는 간암 판정을 받은 난희와 자신의 증세를 알지 못한 채 점차 치매가 깊어가는 희자, 그리고 이들의 자식인 완과 민호의 모습에 대해 그렸다.


엄마 쌍분(김영옥 분)의 건강이상을 발견한 난희는 그와 함께 병원에 갔다가 같이 검진을 받게 됐다. 난희의 걱정과는 달리 쌍분은 심한 위계양 진단을 받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난희의 간에서 악성종양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큰 병원에 가라는 의사의 말에 덜컥 겁이 난 난희였지만 이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엄마는 가는귀가 먹어 자신의 넋두리를 듣지 못했으며, 딸 완은 일을 하느라 바빴고, 친구 영원(박원숙 분)은 자신의 첫사랑과 재회에 부풀어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 사이 난희의 간 속에 자리를 잡은 악성종양은 어느덧 자리를 잡아 다른 곳으로 전이를 시작했고, 수술이 한시도 급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 다른 아픈 엄마 희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다닌다.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 똥이 마렵다고. 하지만 진짜 그가 화장실에 자주 가는 이유가 있었다. 잠이 들면 몽유병처럼 일어나 밥을 먹고 성당에 가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치매 초기 증상이었다. 매일 밤마다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희자의 치매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연인이 된 성재(주현 분)가 CCTV를 통해 희자의 이상행동을 포착했고, 고민 끝에 성재는 의사 친구에게 희자의 증상에 대해 문의, 충남(윤여정 분)에게 이를 알렸다. 충남은 희자의 절친한 친구 정아(나문희 분)에게 알리고, 이들은 그의 아들 민호에게 사실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들이 결심을 하는 사이 희자의 증상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같은 시각, 정신을 놓은 희자는 간난 아이를 업은 듯 무엇인가를 들쳐 업고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많은 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희자의 표정은 평화로웠고, 아이를 달래듯 그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아픈 엄마와 몰라서 무신경한 자식들의 모습을 덤덤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극적인 사건들이 있을지언정 극적인 연출이 적은 ‘디어 마이 프렌즈는 진짜 우리의 삶을 다루듯 평범하고, 그렇기에 이를 보는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난희와 희자의 인생을 멀찍이 떨어져서 간단하게 말을 하자면 보면 남편이 죽은 후 딸과 함께 살기 위해 바쁘게 가계를 운영했던 난희는 간암에 걸렸고, 희자는 남편이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놓고 치매에 걸렸다. 어떻게 보면 안방극장에서 흔하게 접하는 장면인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옆집에서 일어난 일을 엿듣는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난희와 희자의 아픔은 시청자들에게 있어 무척이나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엄마와 그의 친구들인 ‘꼰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 완은 취재의 일환으로 자식들을 불러 모아 술자리를 만든 뒤 이들을 향해 나는 우리 엄마가 ‘늘 좋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민호를 필두로 손을 번쩍 든 이들은 ‘늘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완의 말에 에이 늘은 아니지”라며 슬그머니 손을 내린다. 끝까지 손을 내리지 않던 민호마저 나는 늘은 아니다”라는 말에 웃으면서 손을 내린다.

아무리 나이가 먹고 철이 들어도, 엄마 앞에서 자식은 늘 어린아이와 같고, 그렇기에 같이 있으면 잔소리도 나오고 이로 인해 때로 다투기도 한다. 자식들은 자신을 낳고 사랑해준 엄마를 사랑하지만, 때로는 그 사랑이 너무나 당연해지면서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친구 같이 사이가 좋은 완과 난희 또한 연하(조인성 분)와의 연애를 두고 피가 날 정도로 한바탕 소동을 벌이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이들이 웃으면서 나는 엄마가 결론적으로 좋지만 ‘늘 좋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엄마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는 건 그 자리에 있는 자녀들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그 ‘누구나에 자신의 엄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배제하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아무리 술자리에서 엄마의 뒷담화 아닌 뒷담화를 하는 자식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엄마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지금처럼 아파도 오래 사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현재 ‘디어 마이 프렌즈의 부제는 ‘끝까지 엄마답게, 끝까지 투사처럼이다. 과연 엄마들은 투사처럼 아픔을 이겨낼지,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자식들은 끝까지 이를 지켜볼 수 있을까.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것이지만,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디어 마이 프렌즈만큼은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마침표가 찍히길 바랄 뿐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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