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우량 공기업 IPO 줄서…베트남은 기회의 땅"
입력 2016-06-22 17:40  | 수정 2016-06-22 20:13
베트남 하노이 롯데마트 매장에 `비나밀크` 제품이 가득 진열돼 있다. [하노이 = 김태준 기자]
베트남 현지 가보니
베트남 하노이 기차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롯데마트의 유제품 코너. 파란색과 녹색 용기에 담겨 있는 토종 '비나밀크' 제품들이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다.
다농 같은 외국산 제품은 좀처럼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부아만 롯데마트 하노이 지점장은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2008년만 해도 외국산 우유에 밀려 베트남 제품은 찾아보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비나밀크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비나밀크는 시가총액 1위(76억달러)인 베트남 간판급 기업이다. 2003년 상장으로 끌어모은 자금을 유통망 확장에 투입해 고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베트남 사무소 관계자는 "비나밀크가 2015년 7월 베트남 증시 시총 1위로 올라선 뒤 1년 가까이 '대장주'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영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성공한 모범적인 사례다.

다른 정유·통신 국영기업들도 비나밀크를 롤모델로 삼아 최근 IPO를 적극 추진 중이다. 차세대 블루칩(대형 우량주) 후보인 이들 국영기업이 증시에 상장되면 베트남 증시에 또 한번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소진욱 미래에셋자산운용 베트남 사무소 소장은 "국영기업들이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상장된 기업은 많지 않다"며 "국가 기반산업과 관련된 기업들도 상장을 앞두고 있어 한국에서도 베트남 증시에 투자할 만한 우량주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 소장은 2006년 말부터 지금까지 베트남 현지에서 펀드를 운용하며 국내 운용 중인 베트남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올해 9.5%)을 올린 유명 펀드매니저이기도 하다.
소 소장은 "베트남 증시 전체 시총이 국내총생산(GDP)의 36%인데, 장기적으로는 다른 제조업 기반 국가들처럼 GDP의 100%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2013~2015년 상장 종목 수가 680개에 머물러 있지만 민영화 바람을 타고 베트남항공과 이동통신사 모비폰 등이 IPO 가시권에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베트남은 작년 9월부터 국가 보호 산업 이외 일반 기업에 대해선 외국인 투자를 100% 허용해 외국 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6월 말 현재 비나밀크의 외국인 지분율은 49%에 달한다.
베트남 VN지수는 500~600대 박스권에 머물다 올 들어 8.9% 상승해 600을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연초만 해도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개방정책을 주도한 응우옌떤중 전 총리가 사퇴하며 투자 환경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지도부가 미국·베트남 정상회담에 직접 나서고, 기존 개방 위주 경제정책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쭈탄쭝 베트남 무역상무부 참사관은 "지난해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덕분에 베트남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저금리와 개인소득세·법인세 감면, 정부 소유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으로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베트남의 올해 1~5월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7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급증했다.
소 소장은 "2006년 베트남 증시급락 당시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직접투자가 늘어나며 공장과 설비를 갖추기 위한 기자재 수입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시간이 지나며 다 해소됐고, 이제 베트남은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견고한 경제성장, 규제 완화, 국영기업 IPO 등으로 베트남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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