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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레이더 싱가포르] `美 금리인상 지연` 낙관 못하는 이유
입력 2016-06-22 17:11 
이달 초 발간된 미국 고용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큰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고작 3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 예상치(약 16만명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고 미 국채 수익률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사실 이 보고서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균형 수준을 의미하는 3개월 이동 평균 신규 고용이 11만6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월평균 신규 고용 22만9000명에 훨씬 못 미쳤다.
미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여전히 더뎠고 이와 함께 신규 고용도 부진하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난 7년간 더딘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가 다시 둔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상당히 커진 상태다.

노동시장 참여율도 크게 떨어지면서 실업률은 0.3%포인트 하락한 4.7%를 기록했다. 노동시장 참여율은 지난해 9월 기록한 40년 만의 최저 수준인 0.2%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특히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매파적 발언을 쏟아 놓았기 때문에 고용 보고서가 나온 이후 연준에 대한 신뢰는 더욱 훼손됐다. 예를 들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의회 연설에서 낙관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경제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일관된 발언을 내놨지만 공격적이었던 최근 연준 태도에서는 다소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고용 보고서 내용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첫째, 지난 5월 약 3만5000명에 달하는 버라이존 근로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신규 고용수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수치를 빼면 신규 고용은 7만3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둘째, 5월 고용수치가 예외적으로 낮았던 것은 겨울 동안 신규 고용이 높은 증가세를 보인 데 따른 기저 효과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봄에 예정됐던 고용 수요가 앞당겨진 것이다.
셋째, 옐런 의장이 밝혔듯이 어떤 의미에서는 경제가 완전고용에 근접하고 있다. 여전히 완만한 GDP 성장률을 감안하면 신규 고용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이해할 만하다.
예컨대 옐런 의장 주장처럼 월 10만명 수준의 신규 고용만 일어나더라도 지금 수준의 성장은 뒷받침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보고서가 전체적으로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긍정적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에서 지속적인 진전이 일부 나타났다. 19개 노동시장 지표를 측정하고 연준이 면밀히 관찰하는 미 노동시장여건지수(LMCI)는 5개월 연속 낮아지고 있다. 그만큼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종합해보면 연준이 단기간에 금리를 크게 인상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완만한 성장과 목표치 이하 인플레이션 등 엇갈린 경제지표 속에 연준은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례 없는 저금리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은 상당히 다른 정책 기조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신중하게 소폭으로 금리를 올려나간다면 위험자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캘빈 블랙록 이스트스프링운용 CIO][ⓒ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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