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진해운 `CCC`…한신평, 이례적 신용강등
입력 2016-06-20 17:53  | 수정 2016-06-20 20:38
한국신용평가가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실질적 부도 등급인 CCC까지 떨어뜨렸다. 회사채 디폴트(원리금 미지급)가 발생하지 않았고, 지난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만기를 3개월 연장하는 채무 재조정안이 가결됐는데도 사실상 부도 등급까지 선제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해운·조선 업종 부실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워치독(Watch Dog·감시견)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신용평가사들이 뒤늦게나마 경쟁적으로 등급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이날 "용선료 연체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한진해운 사채권자들도 앞선 현대상선 사례처럼 채무 재조정 및 출자전환을 통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등급 조정 사유를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CCC로 떨어뜨렸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3월 현대상선이 개최한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이 부결되고 나서도 열흘 후에야 신용등급을 CCC로 떨어뜨린 바 있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동아원도 회사채 만기일에 원리금이 미지급돼 부도가 발생하고 나서야 신용등급을 CCC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신용평가사들의 늦장 대응, 뒷북 평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예전보다 발 빠르게 등급 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조선사 신용등급도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날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추고 '부정적' 전망을 붙여 추가 강등 여지를 남겨뒀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신용등급도 BB로 떨어졌다. 이에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일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두 단계 떨어뜨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제의 조짐이 보일 때 미리 경보를 울려야 할 신용평가사들이 뒤늦게 신용등급을 경쟁적으로 내려 회사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업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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