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공 선택한 카카오, 대리기사 협박에 법적 대응
입력 2016-06-20 16:13  | 수정 2016-06-20 17:03

이달 카카오드라이버 기사회원으로 등록한 대리운전기사 김모 씨는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승객 호출을 받아 해당 지점에 도착하니 손님이 아니라 자신이 등록했던 또 다른 대리운전업체 A사 사장과 직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으로 가장해 김 씨를 불러냈던 것이다. 이들은 김 씨에게 카카오드라이버에 등록했으니 자사 대리운전 호출 프로그램을 사용을 정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또한 이같은 내용을 지역내 업체들과 공유하며 김 씨에게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 매일 밤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김 씨는 앞 일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카카오가 기존 대리운전업체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대리운전 서비스 개시 후 카카오드라이버 기사 회원에 대한 기존 업체 견제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20일 카카오드라이버에 가입했다는 이유 만으로 피해를 입거나 협박을 당한 기사 회원 민원을 수집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이를 공정위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소 시점은 이달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공정위 제소 뿐 아니라 검찰 고발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최종 고발 시점을 조율 중이다.
이번달 초부터 지금까지 카카오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220여건에 이른다. 피해발생 지역도 경기·경남·강원·대구·인천 등 다양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리 쪽에 피해사례가 신고되기 전 국토교통부에도 관련 내용이 상당수 접수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접수된 내용은 카카오드라이버 기사 회원에 대한 다양한 협박 사례들이다. 가입·운행 시 퇴사를 종용한다는 공지를 비롯해 대리운전을 하러 나갈 때 지원되는 순환차량도 타지 못하게 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카카오는 기사 회원들에게 카카오드라이버팀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사들이 겪은 구체적인 문자, 공지 내용, 녹취 등 불공정행위와 관련한 자료를 이메일로 전달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를 수집해 불공정 행위가 어떤 지역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는지, 업체명과 전화번호를 통해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 전국대리기사협회도 대리업체들의 카카오 기사 퇴출소동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카카오에 대한 기존 업체들의 견제·협박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 대리기사는 보통 대리기사들은 2~3개 대리운전 업체에 등록한 뒤 일을 하는 구조인데 카카오에 하나 더 등록했다는 게 무슨 큰 잘못인지 모르겠다”며 대리업체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해왔지만 이같은 처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간 ‘승객과 대리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며 소극적이던 카카오도 이번 사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처음엔 승객과 대리기사 간 사용경험을 높여주겠다던 취지로 시작했지만,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왜곡된 시장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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