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험한 SNS 2題] 온라인 사진보고 스토킹·성희롱…죄의식도 ‘부재’
입력 2016-06-17 11:49 

#일주일간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는 건 물론이고, 한강에 빠져 죽으라고 협박했어요. 지난 일주일은 한국에서 가장 끔찍한 시간이었어요.” 서울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여성 제시카 씨(28·가명)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서 낯선 남성인 이경문 씨(29·가명)로부터 끊임없는 전화 공세와 SNS 메시지 폭탄에 시달렸다. 이씨가 SNS 친구를 맺은지 일주일만에 만남과 술자리를 요구했고, 제시카 씨가 거절하자 이 씨는 공격적으로 돌변해 괴롭혀왔다. 이 씨는 제시카 씨의 신고로 경찰이 조사에 나서자 비로소 SNS 등을 통한 사이버 스토킹을 멈췄다.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아지고 SNS가 보편화되면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여성 스토킹 범죄가 해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평범한 대학생 최민희 씨(23·여)도 낯선 남성으로부터 지속적인 만남 요구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사진을 보고 SNS에 하루에도 수십 건씩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쪽지가 온다”면서 만나서 술한잔 하자고 하거나, 모텔가서 영화보자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문제는 SNS를 통한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경찰 적발 건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등 수사 당국의 선제적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사이버 스토킹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스토킹에 대한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4년 300건에서 지난해는 124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스토커 건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사이버 스토킹 자체가 반의사 불벌죄다 보니 신고자들이 사건을 종결시킨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전문가들은 신고 접수 시 현장 경찰이 사이버 스토커에 대해 솜방망이 대처를 하면서 사건 종결이 쉽게 이뤄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정경주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주변 사례를 보면 경찰 당국이 피해자의 공포와 당혹감에 대한 감수성이 거의 없다시피해 사건을 자체 종결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에 대한 일회성 경고 조치로 신고를 철회토록 하는 식의 계도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이어 법으로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것 못지 않게 수사당국이 이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해 처리해야 사이버 스토커들에게 규율 효과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여성인권 성범죄 전문 이명숙 변호사 역시 SNS 상에서 스토킹과 성희롱 범죄가 오프라인 범죄보다 죄의식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다 보다 강력한 처벌 등 입법·제도적 보완작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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