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삼성그룹 역사상 전례없는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조선업 위기의 골이 예상보다 깊다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실적 악화로 상여금을 주지 않거나 임원 임금을 동결한 적은 있었지만 임원 임금을 일괄적으로 30% 삭감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삼성중공업은 임원 급여 반납 외에 부장급은 20%, 과장급 15%, 사원급 10% 등 급여를 삭감해 총 9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삼성중공업은 인력 규모를 줄이지 않은 채 기존 인력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2018년까지 정규직의 최대 40%인 5400여명을 감축한다는 계획까지 수립했다. 이에따라 삼성중공업 전체 인력규모는 앞으로 9000명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40% 감축 계획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인력 감축계획보다 강도가 높은 수준이다. 80여명의 임원은 모두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에 20~30% 는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감축 목표인 1900명을 채우기 위해 이달 중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단행 중이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승진 누락 등 고과가 좋지 않은 임직원은로 사실상 강제퇴직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내부에서는 6월 중에 희망퇴직 대상자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7월에는 훨씬 나쁜 조건으로 나가게 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일부 지원업무를 하는 인력은 분사시켜 본사 인력을 줄이는 안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으로 2000여명, 지원조직 분사로 1000명 등 3000여명 규모의 인력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000명을 포함해 2020년까지 3000여명을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빅 3에서 올해에만 6000여명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셈이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올해에만 2만명이 실직을 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일 업종에서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물량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말 현재 299억달러(105척) 일감을 갖고 있지만 8개월째 수주가 전혀 없어 앞으로가 큰 문제다. 삼성중공업은 당초 올해 수주 목표를 125억달러로 설정했었다. 이를 53억달러로 대폭 삭감한 것은 호주 브라우즈 FLNG(부유식 가스 생산·저장장치) 프로젝트 등 해양플랜트 발주 계획이 줄줄이 취소·연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주 브라우즈 가스전 개발 관련 47억달러 규모 FLNG 선체 수주가 취소됨에 따라 올해 기대했던 75억달러 규모 상부 설비 계약 기회도 자연스레 날라갔다.
일각에서는 이런 대규모 자구계획을 세운 것은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 계획을 최대한 미루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하기 위한 이사회 개최 등을 이달 내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단행한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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