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개원사를 통해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국가전략포럼 주최로 여야 정치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헌 세미나도 열리면서 20대 국회에서 개헌론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20대 국회 개원사를 통해 내년이면 19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면서 개헌을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그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면서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변화된 시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20대 국회는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여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19대 국회까지는 개헌론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국회의장으로 선출 된 뒤 ‘개헌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함에 따라 개헌 논의에 물꼬를 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날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국가전략포럼이 주최한 ‘개헌, 우리시대의 과제세미나에도 새누리당 김무성·이주영·나경원·배덕광 의원, 더민주 김영춘·서영교·박재호 의원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19대 국회에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참여했던 이주영 의원은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앞으로 차기 대선까지 약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다”며 이 시기에 개헌을 추진해 신속하게 국민투표까지 한다면 개헌 역사를 이뤄낼 수 있다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새한국의 비전창립식에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도 일본 게이오대 강연에서 개헌론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언급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대선을 1년6개월 앞둔 상황에서 3당 체제가 성립되면서 20대 국회에서 개헌논의가 활발해 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백가쟁명식 개헌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어떤 개헌이냐는 문제에 있어 공통 분모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 대선 결선투표제 등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개헌부터 순수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중임제, 정·부통령 런닝메이트제 등 권력구조 개편까지 다양한 개헌 논의의 공통분모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개헌 논의를 시작하려면 일단 87년 체제의 한계가 무엇인지 점검하는 일부터 해야할 것”이라면서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부터 논의하자고 하면 시작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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