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故무하마드 알리 고향에 영면…"그는 어두운 밤에 친 안개"
입력 2016-06-11 14:06 
운구 중인 알리의 관/ AP=연합뉴스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가 숨진 지 1주만인 10일(현지시간) 고향인 켄터키 주 루이빌의 케이브힐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묘비에는 다사다난했던 그의 삶과 달리 고인의 신앙이던 이슬람의 전통에 따라 '알리'라는 소박한 비명이 새겨졌습니다.

이날 낮 알리의 아홉 자녀와 그의 부인 로니, 전 부인 두 명 등 유족과 친척들이 참여한 비공개 가족 행사로 하관식이 치러진 데 이어, 오후에는 루이빌의 'KFC 염! 센터'(KFC Yum! CENTER)에서 공개 추도식이 약 1만5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이른 저녁까지 약 4시간 진행된 추도식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오린 해치(공화당·유타) 미국 상원 임시의장,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은퇴 풋볼선수 짐 브라운,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배우 우피 골드버그, 농구스타카림 압둘-자바 등 유명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조사(弔辭)에서 "신앙인으로서 고인은 파킨슨병 같은 것이 닥치는 등 삶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하지만, 자유로웠던 그는 삶에 다양한 선택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바로 그가 한 선택들이 오늘날 우리 모두를 이곳에 있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인은 아주 젊어서부터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려고 결심했던 것 같다"며 "그는 자신의 현명함에 대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털은 "고인은 대자연의 여신이 허공에서 힘과 아름다움을 환상적으로 섞어서 창조해낸, 어마어마한 번갯불 같은 존재였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는 번개가 치는 순간 그 주변의 것을 밝혀 주기 때문에 모든 것을 명확히 볼 수 있다며 "무하마드 알리는 미국의 가장 어두운 밤에 친 번개였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털은 젊은 시절 고인의 빠르고 건방진 말투를 흉내내 추도식 참석자들을 웃기기도 했습니다.

개신교 목사인 케빈 코스비는 알리가 제시 오웬스, 로자 파크스, 재키 로빈슨처럼 인종의 벽을 허물기 위해 싸운 인물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대교 랍비인 마이클 러너는 고인이 큰 희생을 치르며 부도덕한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며 반(反) 무슬림 차별과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등 맞서서 싸우는 것이 알리를 기리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딸 말리아의 고교 졸업식에 참석해 알리의 추모식에는 참석하지 못했고, 대통령 선임고문인 발레리 재릿이 오바마의 편지를 대독했습니다.

오바마는 편지에서 알리 덕택에 자신도 언젠가 대통령이 될 수 있으리라는 용기를 갖게 됐다면서 "무하마드 알리는 미국 그 자체였다. 자신만만하고 반항적이고 개척적이었고, 절대로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며 항상 운을 시험해 볼 각오가 돼 있었다. 그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 자유들, 즉 종교, 발언, 정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고인의 부인인 로니 알리는 고인이 마지막을 맞을 때 자신의 삶과 죽음이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기를 원했다며 "원통하다고 해서 투쟁을 포기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 고통을 겪는 이들에 대한 고인의 당부였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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