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잠룡들이 서서히 수면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며 차기 대권 판도가 출렁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3일 밤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국회 인근의 한 자리에 초청했습니다. 혁신비대위 출범과 함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듣겠다는 게 취지였습니다.
당내 문제 해결을 위해 정 원내대표가 중앙 정치 무대와는 떨어진 '도성' 바깥의 장수들을 안으로 불러들인 셈입니다.
정치적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며 중앙 무대를 계속 두드렸던 이들도 굳이 정 원내대표의 호출을 마다하지 않았고,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차기 대권 주자 군에 들어 있는 3명이 모인 것만으로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이후 단박에 여권 차기 유력 주자로 등극하자 이번에는 50대의 젊고 개혁적 이미지가 강한 주자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들 회동에서는 일본의 차세대 정치인 양성 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벤치마킹 하자거나,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같은 굵직한 어젠다까지 거론돼 큰 틀에서의 정치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계 사이에서 '낀박'이라는 정 원내대표로서는 원조 쇄신파로 통했던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과 만나면서 기존 계파 갈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이와 함께 공백 상태나 다름없던 새누리당의 대권 주자군이 점차 외연을 넓혀가며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도지사중에서는 당 정책위의장 출신인 김기현 울산시장도 차기 후보군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50대 후보군중 한명으로 꼽힙니다.
'2인자를 두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로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뚜렷한 주자가 없고, 비박계에서도 총선 참패 이후 차기 지지도에서 줄곧 1위를 달렸던 김무성 전 대표가 직격탄을 맞고 아직 칩거에서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 당직자는 5일 "정당이 차기 권력을 창출할 가능성이 떨어지면 당의 활력도 급격히 잃게 된다"면서 "이제 연말이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펼쳐지는 만큼 대선 주자가 많이 나와야 당도 살고,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총선 때 탈당한 유승민 의원은 최근 대학 특강으로 정치 활동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우리나라 자유시장 경제 체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게 흡사 대선 도전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유 의원의 복당이 이뤄진다면 50대 기수론의 각축전은 여권 내 차기 대권 구도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김 전 대표 역시 측근인 김학용 전 비서실장이 국회 모임으로 설립한 '미래혁신포럼'에 준회원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서서히 활동 재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여야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모임이기는 하지만 김 전 대표의 지지 그룹인 비박계가 주축이기 때문입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역시 우리나라의 장기 과제 연구를 위한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설립함으로써 대안 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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