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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저스) 시린 한화, ‘잇몸’(불펜)이 있었다
입력 2016-06-04 21:15  | 수정 2016-06-05 03:19
4일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전은 송창식의 역투가 인상적이었다. 5회와 6회, 두 차례 만루 위기를 막으며 한화 이글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이틀 연속 라이온즈파크를 찾은 야구팬은 흡사 어제 봤던 경기를 오늘 또 보는 기분이었다.
연장 12회까지 가지 않았으니 경기 시간은 단축됐다. 그러나 답답하면서 조마조마했다. 믿었던 선발카드가 흔들리며 아끼고 싶었던 불펜카드를 꺼내야 했다. 한 장도 아니고 여러 장을. 2차 방패 전쟁이었다. 예상외로 앞문이 일찍 열리는 바람에 뒷문 격파가 포인트가 됐다.
윤성환과 로저스의 에이스 맞대결. 누구를 더 빨리 끌어내리느냐가 관건이었다. 그 점에서 기회를 잡은 건 삼성이었다. 5실점(4자책)을 한 로저스는 오른 팔꿈치 이상으로 3회 도중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에겐 뼈아팠다. 한화는 전날 권혁(34구), 정우람(33구), 심수창(31구)이 2이닝씩을 소화했다. 송창식(1이닝)의 투구수도 23개였다. 로저스가 최대한 버텨줘야 했는데, 지나치게 빠른 투수 교체였다. 이날 1군에 오른 신인 김재영은 1군 공기를 마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운드에 오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버티는 자가 유리한 경기였다. 윤성환은 로저스와 같은 5점을 내줬으나 6이닝을 책임졌다. 안지만(34구), 심창민(61구)을 쓸 수 없는 삼성으로선 윤성환이 나름 제 몫을 해준 셈이었다. 평소보다 이닝이 좀 줄고 실점이 좀 많긴 해도.
삼성이 4-5로 뒤진 4회 이지영의 홈런에 힘입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때만 해도 무게는 삼성에 쏠릴 것 같았다.
한화는 이틀 연속 총력전이었다. 송창식(5회), 심수창(7회)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공을 던졌다. 그러나 위태로웠다. 3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만루 위기만 3번(3회-5회-6회)이었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이었다. 한화 불펜은 피곤해도 단단했다. 그리고 삼성 타선은 거짓말 같이 또 침묵했다. 안타 하나, 희생타 하나만 나와도 됐건만 류 감독의 속은 타들어갔다.
3회 1사 만루는 병살타를, 5회 무사 만루는 삼진-삼진-외야 뜬공을, 6회 1사 만루는 내야 땅볼-내야 뜬공을 기록했다. 송창식은 비록 김정혁에게 홈런(1점)을 맞았으나 두 차례나 만루 위기를 막았다. 투구수도 50구.
한화 이글스는 이틀 연속 삼성 라이온즈와 방패 싸움서 승리, 위닝시리즈를 예약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로저스가 일찍 내려갔으나 윤성환이 내려갈 때까지 불펜 카드 3장으로 버텼다. 한화는 튼튼했다. 그런데 삼성은 튼튼하지 않았다. 안지만, 심창민의 빈자리가 컸다.
삼성은 7회 불펜을 가동하자마자 실점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화 타선은 폭발했다. 이용규의 볼넷 이후 중심타선의 3연속 안타. 로사리오는 무사 1,3루서 결승 안타를, 양성우는 무사 2,3루서 쐐기 2타점 안타를 날렸다. 1점을 두고 줄다리기 싸움이었다. 그 가운데 3점 차는 컸다.
심수창은 이틀 연속 한화의 마지막 투수. 9회까지 뒤처리를 했다. 9회 무사 만루의 불길을 1점으로 껐다. 로저스의 조기 강판에도 훌륭히 메운 한화 불펜이었다. 특히, 송창식(2이닝 1실점)과 심수창(3이닝 1실점)은 로저스가 못한 선발투수 몫을 해냈다. 뒷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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