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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린 ‘1승’, 자리 옮긴 엄상백이 다시 커간다
입력 2016-06-04 10:51 
kt 위즈 엄상백은 중간으로 자리를 옮긴 지 3경기 만인 3일 수원 LG전서 첫 구원 승을 따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젊은 투수들에게 ‘승리는 최고의 보약이 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신감을 키우는 데 있어서 더욱 그렇다.
kt 위즈 투수 엄상백(20)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았지만 승리 없이 3패만 거두는 데 그쳤다. 데뷔 시즌이던 2015년에도 5월 19일에 첫 승을 따내며 팀 국내 선발 중 가장 먼저 승리를 올렸는데, 올 시즌에는 승리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
지난해(5승)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려 설정했던 목표 8승도 힘을 잃어갔다. 선발투수로서의 임무는 그렇게 끝이 났다.
지난달 24일부터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불펜 전환 후 2경기서 나름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던 엄상백은 8일 만인 3일 수원 LG전 연장 11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10회까지 매 이닝 출루했던 LG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은 147km까지 찍힌 속구가 위력적이었다. 특히 4번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에 4구 모두 속구 승부를 펼쳐 뜬공으로 아웃시킨 부분까지 완벽했다. 팀 타선은 11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 3-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엄상백의 이름 옆에는 ‘1승이 새겨졌다.
전력으로 투구한 엄상백의 표정은 ‘생글생글이었다. 오랜만에 승리를 해서 좋다”는 게 첫 소감. 엄상백은 타이트한 상황이라 당연히 부담이 됐다. 한가운데를 보고 던진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 잘 들어갔다. 그래서 스스로도 ‘우와, 기가 막히네 했다. 오늘은 그냥 진짜 내 볼을 던진 것 같다”고 웃었다.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 경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따낸 첫 승이었다. 데뷔 후 첫 구원 승이기도 했다. 끝내기 안타를 친 마르테를 껴안으며 고마움을 전했다고. 엄상백은 중간투수로 첫 승을 하니까 느낌이 남다르다. 선발 승리랑은 또 다른 것 같다. 선발은 던지고 내려가서 (승리 확정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오늘은 또 끝내기가 돼 그냥 얼떨결에 이긴 것 같다”고 했다.
이제 그의 자리는 중간투수다. 이날처럼 믿음직한 투구를 이어가 필승조에 합류한다면 과부하 걸린 팀 마운드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엄상백은 선발과 달리 중간에서는 바로 다음날이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부담을 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입단했을 때 마무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 중간으로 왔으니 더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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