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대우증권 인수,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 등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M&A)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하이투자증권이 매물로 등장하며 중소형 증권사 M&A 시장도 불붙을 기세이기 때문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보유중인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와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EY한영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조만간 매각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날 자구안을 발표하며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지주를 하이투자증권 유력 인수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계열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올 1분기 기준 자기자본 2조4749억원으로 같은기간 자기자본 7037억원인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합칠 경우 자기자본 3조원을 훌쩍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근 증권사 새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IB 부문 등의 영업이 한층 수월해진다.
특히 신한금융은 최근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시장 추정 매각가가 5000억원인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현대증권을 인수한 KB금융도 KB투자증권에 대한 유상증자를 검토하다 현대증권이 급작스레 매물로 나오며 증권사 인수로 선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 모회사 하나금융지주,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BNK금융지주 등도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최근 각각 옛 외환은행, 대신F&I(옛 우리F&I), 옛 아이엠투자증권, 옛 경남은행 등 대형 M&A를 마무리지은 탓에 재무여력이 소진된 상황이다. 이에따라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나설 경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감에 직면해 있어 실제 인수전 참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키움증권은 자사의 온라인 특화 사업 모델과 하이투자증권의 영업점 전략이 맞지 않아 인수전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매각 관련 가장 큰 변수로는 중국계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의 등장 여부다. 중국계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보험사 등의 M&A 인수후보로 줄곧 거론되고 있으며 앞서 현대증권 매각전 때는 홍콩계 사모투자펀드 액티스가 참여하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성사될 경우 시장 관심은 SK증권 매각여부로 쏠릴 전망이다. SK증권은 대주주 SK가 지난해 8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지주사의 금융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상 규정에 따라 내년 8월까지 보유 지분 10%를 전량 매각해야한다. SK는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후보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KB손해보험이 매각작업을 진행중인 LIG투자증권은 인수자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적격성 승인을 받음에 따라 이달안에 매각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새주인작업 찾기만 벌써 5년째인 리딩투자증권은 최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기존 임직원이 주축이된 CKK파트너스를 선정한 상태다. 리딩투자증권 매각은 금융당국 대주주적격성 심사 통과가 최종 관문으로 남아 있다. 한우람·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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