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충청의 얼굴` JP만나고 `집권 여당의 텃밭` TK로
입력 2016-05-29 16:32  | 수정 2016-05-29 19:35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을 방문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반 총장은 하회마을에서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을 찾아 기념식수를 한 뒤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빈다”라고 썼다.<김호영 기자>

방한 첫 날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대권 가도에 첫 발을 들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말에도 충청과 대구·경북(TK)으로 이어지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반 총장은 직접 충청지역을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지난 28일 충청권의 맹주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예방하고 이튿날인 29일에는 집권 여당의 텃밭인 TK지역(안동·경주)을 집중 방문했다. 반 총장의 이번 방한 기간 중 발걸음을 살펴보면 지리적으로는 서쪽보다는 동쪽에, 정치적으로는 야권보다는 여권에 분명하게 쏠려 있다. 앞서 반 총장은 정치권과 언론이 지난 25일 자신의 제주 관훈클럽 간담회 발언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손사래를 쳤으나, 주말 동선을 보면 내년 대선 레이스 출발선에 더욱 바짝 다가서는 모양새다.
◆潘, 하회마을에 ‘나무의 제왕 주목 심어
반 총장은 29일 오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는 특별한 국내정치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후 반 총장은 헬리콥터를 타고 경북 안동으로 날아가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오후 12시50분쯤 하회마을에 도착해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忠孝堂)과 서애 선생 친형인 류운용 선생이 기거했던 양진당(養眞堂)을 찾았다.

양진당과 충효당 근처에 몰린 관광객 300여 명은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거나 유엔기를 흔들며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파이팅” 등을 외치며 환영했다. 반 총장은 하회마을에서 지난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심은 구상나무로부터 약 3m 떨어진 곳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朱木)을 심었다.
그는 충효당으로 자리를 옮겨 방명록에 유서깊은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이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빈다”는 글귀를 남겼다. 반 총장은 충효당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애 선생은) 조선 중기에 재상을 하시면서 아주 투철한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가지시고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신 분”이라며 오늘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숨결 손결 또 정신이 깃들인 고택 하회마을을 방문해서 그분의 나라사랑 정신과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모두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이 대권을 시사하는 것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허허 웃으며 말을 아꼈다.
◆류성룡 마케팅으로 TK에 다가서기?
반 총장은 하회마을의 서애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忠孝堂)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내외,오준 유엔대표부 대사, 권영세 안동시장, 류상붕 풍산류씨 양진당 대종손,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 등과 점심 식사를 했다. 오찬에는 이 지역 국회의원인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참석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반 총장이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을 남겼던 서애 선생의 하회마을 고택 방문 등을 통해 그의 리더십과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아가 반 총장이 충청 출신으로서 향후 대선에서 TK 세력과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 6년 7개월 중 만 5년을 정무·군직 겸직의 전시수상(영의정)과 4도 도체찰사(都體察使)직을 역임한 조선 ‘외교·안보 아이콘으로 꼽힌다.
이날 반 총장 일행을 보기 위해 하회마을을 찾은 안동 시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여부에 대대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렸다. 충청지역에서 관광을 온 안신혜(여·50)씨는 (반 총장이) 세계 대통령이고 덕망이 있으신 분이고 대통령으로 나오면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반총장이 여당 후보로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회마을에 관광을 온 경북 주민인 신택수(남·77)씨는 그분이 대통령에 나올지 말지는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출마가)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저녁에는 ‘유엔 NGO 콘퍼런스가 열리는 경주로 가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JP와 만나 충청 대망론 스스로 불지펴
앞서 반 총장은 지난 28일에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서울 신당동 자택을 전격 예방하면서 스스로 ‘충청 대망론에 불씨를 더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김 전 총리의 신당동 자택을 찾아 배석자 없이 3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김 전 총리측이 전했다.김 전 총리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 내가 얘기할 게 있느냐”며 비밀 얘기만 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대권 출마설 등에 대해선 내가 이야기할 것은 그것 뿐”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김 전 총리는 반 총장과의 면담 이후 무척 흡족해했다고 한 여권인사가 전했다.
반 총장이 오랜 세월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 전 총리를 대선 출마 시사 직후 직접 찾은 것이어서 정치적 함의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어떤 세력과 제휴하고 지역적으로는 어떻게 결합하는 것이 승산을 높일 수 있을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선 TK와 충청을 결합한 ‘충천+영남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성훈 기자 / 우제윤 기자 / 안동·경주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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