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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②] 韓 배구 향한 김건태 위원의 경고
입력 2016-05-28 06:02 
김건태 위원장은 자칫하다가는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사진=정일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김건태(63) 아시아배구연맹(AVC) 심판위원은 최근 올림픽 여자배구 예선전을 일본에서 직접 지켜봤다. 한국 대표팀은 이탈리아와의 첫 경기 패배에도 ‘강호 네덜란드를 꺾고 반등에 성공했다. ‘숙적 일본까지 무찌르는 쾌거와 함께 결국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제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4위의 아픔을 씻어야 한다. 대표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직접 본 김건태 위원은 칭찬과 함께 아쉬움의 한 마디도 남겼다.
‘여제 김연경의 은퇴 이후가 진정한 위기라는 것이다. 일찌감치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남자 배구도 여전히 세계의 벽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결국 V리그의 전국화, 한국 배구의 유소년 인프라와 국제 외교 능력 향상 등이 동반 돼야 한다는 것이 김건태 위원의 입장이다. 자칫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고 역시 날렸다.
-직접 일본에 가셔서 올림픽 예선을 보고 오셨는데요
김건태 위원 : 이탈리아전 패배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봐요. 이탈리아보다 강한 네덜란드를 꺾고 일본도 무찔렀습니다. 여자 배구는 프로야구와 쌍벽을 이루는 일본의 대표 구기 종목이죠. 일본 적지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본선 티켓을 따서 다행이었습니다. 첫 세트의 듀스 끝 승리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만약 1세트를 졌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았어요. 사오리도 그날 블로킹을 하다 손가락이 꺾여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요. 아무리 김연경이라고 해도 한 선수에게만 블로킹이 집중되면 뚫기가 힘들어요. 박정아와 김희진이 잘 해줬죠. 무엇보다 이효희 세터의 다양한 볼 배급이 숨겨진 승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본선 메달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시나요
김 위원 : 대표팀을 보면 4년 전 런던 올림픽 멤버들이 거의 대부분 남았어요. 4년 전부터 일찌감치 리우 올림픽 프로젝트를 제대로 가동했으면 지금보다 전력이 더 나았을 거라 봐요.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김희진, 박정아 등 이런 신장의 선수들이 모두 포진하는 건 한국 여자 배구에서 사실상 마지막이 아닐까요. 좀 더 스피디한 공격과 함께 조직적인 면을 보완한다면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조별예선부터 체력적인 문제도 잘 고려해야 하고요.
-여자배구와 달리 본선에 나가지 못하는 남자배구에 관해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 위원 : 사실상 신체적인 한계가 큽니다. 아시아 전체적으로 남자배구의 추세가 꺾인 상황이에요. 앞으로도 남자배구는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이란은 탈 아시아급으로 유럽팀과 다를 것이 없어요. 차이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고 봐도 됩니다. 이번 월드리그도 쉽지 않아요. V리그를 소화하면서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고 선수층이 엷은 것도 본질적 문제죠. 여자배구도 김연경 은퇴 후가 문제죠. 아시아 5위권 밖까지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근본적인 문제는 배구가 메이저 종목이 아니라서 전체적인 파이가 크지 않아요. 세계적인 상위 리그도 다른 종목에 비교하면 그렇죠. 유망주들이 배구에 오지 않아요.
김건태 위원은 배구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 대회 유치도 필수라는 것. 사진=정일구 기자
-결국 매해 되풀이되는 유소년 인프라 문제가 아쉽습니다
김 위원 : 먼저 V리그가 전국화 돼서 많은 청소년들이 배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경상남도와 전라도, 강원도에는 팀이 없어요. 이쪽 지역 청소년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배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가 힘들죠.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도입 이유 중 하나도 아낀 예산으로 유소년에 투자한다는 건데 한 번 지켜봐야죠. 매년 학교 배구부가 하나 둘씩 해체되는 실정입니다. 각 구단에서 그 지역 배구 발전에 투자를 많이 해야 배구가 발전됩니다. 최근 ‘우리동네 예체능 프로그램과 같은 것도 생활 체육 부문에서 배구 인기에 도움이 되죠.
-V리그 흥행도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지난 시즌은 스피드 배구와 트라이아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 위원 : 이미 스피드 배구는 브라질이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왔던 거죠. 너무 늦게 스피드 배구를 시작하는 겁니다. 일본도 이미 스피드 배구를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특히 여자배구 같은 경우 고등학교 리베로 시스템 문제도 크다고 봐요. 레프트 쪽이 리시브를 안 받으니 반쪽 선수가 될 확률이 높아요. 물론 키 작은 선수들을 리베로로 키우기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 지난 시즌 여자부에서 트라이아웃 도입으로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공격력이 저하되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격 분포도가 고르게 되는 효과도 있긴 했어요. 특히 올 시즌 트라이아웃이 시행되는 남자부 같은 경우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에 익숙해진 배구 팬들의 눈높이를 얼마나 충족시켜줄지 지켜봐야죠.
-내적 발전과 함께 국제 배구에서의 위상도 높여야 하는 것도 과제일 듯 싶습니다
김 위원 : 세계 배구 시장을 보면 러시아, 폴란드, 이탈리아, 브라질 정도가 프로의 형태 갖춰서 하고 있습니다. 가장 앞서가는 게 폴란드 리그인데 축구보다 배구가 더 인기 많아요. 월드리그가 하면 길거리 응원도 해요. 다른 나라는 점점 침체되는 중이죠. 이를 본다면 시스템적으로 V리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국제 대회 유치가 시급해요. 지난 1986년 세계청소년여자배구대회가 지금까지 유일한 국제 대회 유치였습니다. 일본은 매년 국제배구연맹 대회를 유치해요. 최근 태국, 중국, 이란도 대회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투자를 안 하면서 올림픽은 꼭 가려고 해요. 배구 외교는 정말 중요합니다. 배구가 명실상부한 인기 종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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