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권 의지' 드러낸 까닭은? '퇴임 7개월 남은 시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방문을 계기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위에서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차기 대선구도를 출렁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야권에서 현직 유엔 사무총장 신분으로 "부적절하고 성급한 발언"이라며 견제구를 날리는데서 보이듯 일부 여론의 역풍도 있지만, 반 총장의 25일 '대선 도전 의지'를 피력한 관훈클럽 간담회 발언은 계산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지금이 '전략적 모호성' 탈피 적기 판단 = '반기문 대망론'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거론해 왔을 뿐 반 총장 본인은 지금까지 이에 대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었습니다. 게다가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도 빼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국내 정치 현안에는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반 총장은 이번에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적극 화답하는 발언으로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껏 고무시켰습니다.
반 총장은 끊이지 않는 자신의 대권 출마설에 기존의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않는 태도)를 유지하는 태도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기적으로 자신이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둘러싼 '불투명성'을 제거하고 전략적 모호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지지자들에 메시지를 보낼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는 해석들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지배적입니다. 올해 12월 임기가 끝난 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1년 6개월을 앞 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게 주요 근거입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26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시점상으로 대권에 도전하려면 지금이 데드라인"이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세력을 모으는 데 적어도 6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에 임기가 끝나고 시작하면 너무 늦다"고 말했습니다.
◇지지자 이완 차단하고 퇴임때까지 결집 효과 = 사무총장 퇴임을 7개월여 앞둔 시점에 '권력 의지'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지지자들을 흩어지지 않게 하고, 권력재편을 위한 잠재적 구심으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하는 효과를 염두에 뒀다는 것입니다.
이번 발언으로 연말 퇴임때까지 차기 대선 구도를 고려할 때 반 총장은 상수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됐다는 점에서도 그 효과는 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이 참패한 4·13 총선이후 새누리당의 지리멸렬한 상황도 또 하나의 발언 타이밍 고려 요소로 풀이됩니다.
반 총장이 출마를 결행한다면 현 여권 세력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합니다.
이미 야권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등 쟁쟁한 후보가 어깨를 겨루고 있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이후 유력 대권 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줄줄이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 구심점을 잃은 상황입니다.
마침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부단히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선 후보 결핍'에 따른 여권 지지자들의 갈증을 반 총장이 해소하기에 충분한 타이밍이라는 것.
◇'NCND' 계속 유지할 경우 '제2의 고건' 판단도 = 그런데도 반 총장이 이에 응답하지 않고 더 모른 척 한다면 '제2의 고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반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통 관료 출신인 고 전 총리는 끝까지 고민만 거듭하면서 국운이 걸린 수많은 결단을 내려야 할 대통령의 자질에 의심을 받았고 결국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반 총장이 반면교사로 삼았을 대선 후보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총재도 있습니다.
이 전 총재는 아이러니하게도 깨끗한 이미지가 발목을 잡은 경우입니다. 감사원장을 지내고 총리 재직 시 대통령과 맞서면서 '대쪽'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아들 병역 특혜 의혹으로 두 번의 시도가 모두 좌절됐습니다.
마찬가지로 교과서에도 등장할 만큼 반 총장에게는 '청백리' 이미지가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일단 검증대에 올라서 현미경을 들이대면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권 도전을 시사함으로써 예상치 못했던 도덕적 흠결이 나올 경우 미리 대처함으로써 본선에 대비한 예방 효과를 보겠다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도 당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간 치열한 경쟁 속에 어지간한 내용이 모두 제기되면서 본선에서는 충격파가 감소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발언 수위 조절하며 '데미지 컨트롤' = 반 총장은 26일 자신의 전날 발언이 과잉, 확대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지만 '수위 조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충격의 수준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외교관 특유의 '피해 대책'(damage cotrol)을 구사하며 국내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나아가 반 총장을 후보로 옹립하려는 친박 그룹의 움직임을 재촉하고, 경선이 아니라 추대 분위기를 형성하는 숙제도 던지고, 또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시키면서도, 정치적 운신의 폭이 제한되는 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신분을 감안한 다목적 발언이라는 것 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방문을 계기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위에서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차기 대선구도를 출렁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야권에서 현직 유엔 사무총장 신분으로 "부적절하고 성급한 발언"이라며 견제구를 날리는데서 보이듯 일부 여론의 역풍도 있지만, 반 총장의 25일 '대선 도전 의지'를 피력한 관훈클럽 간담회 발언은 계산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지금이 '전략적 모호성' 탈피 적기 판단 = '반기문 대망론'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거론해 왔을 뿐 반 총장 본인은 지금까지 이에 대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었습니다. 게다가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도 빼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국내 정치 현안에는 언급을 극도로 자제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반 총장은 이번에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적극 화답하는 발언으로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껏 고무시켰습니다.
반 총장은 끊이지 않는 자신의 대권 출마설에 기존의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않는 태도)를 유지하는 태도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기적으로 자신이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둘러싼 '불투명성'을 제거하고 전략적 모호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지지자들에 메시지를 보낼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는 해석들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지배적입니다. 올해 12월 임기가 끝난 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1년 6개월을 앞 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게 주요 근거입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26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시점상으로 대권에 도전하려면 지금이 데드라인"이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세력을 모으는 데 적어도 6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에 임기가 끝나고 시작하면 너무 늦다"고 말했습니다.
◇지지자 이완 차단하고 퇴임때까지 결집 효과 = 사무총장 퇴임을 7개월여 앞둔 시점에 '권력 의지'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지지자들을 흩어지지 않게 하고, 권력재편을 위한 잠재적 구심으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하는 효과를 염두에 뒀다는 것입니다.
이번 발언으로 연말 퇴임때까지 차기 대선 구도를 고려할 때 반 총장은 상수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됐다는 점에서도 그 효과는 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이 참패한 4·13 총선이후 새누리당의 지리멸렬한 상황도 또 하나의 발언 타이밍 고려 요소로 풀이됩니다.
반 총장이 출마를 결행한다면 현 여권 세력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합니다.
이미 야권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등 쟁쟁한 후보가 어깨를 겨루고 있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이후 유력 대권 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줄줄이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 구심점을 잃은 상황입니다.
마침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부단히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선 후보 결핍'에 따른 여권 지지자들의 갈증을 반 총장이 해소하기에 충분한 타이밍이라는 것.
◇'NCND' 계속 유지할 경우 '제2의 고건' 판단도 = 그런데도 반 총장이 이에 응답하지 않고 더 모른 척 한다면 '제2의 고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반 총장과 마찬가지로 정통 관료 출신인 고 전 총리는 끝까지 고민만 거듭하면서 국운이 걸린 수많은 결단을 내려야 할 대통령의 자질에 의심을 받았고 결국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반 총장이 반면교사로 삼았을 대선 후보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총재도 있습니다.
이 전 총재는 아이러니하게도 깨끗한 이미지가 발목을 잡은 경우입니다. 감사원장을 지내고 총리 재직 시 대통령과 맞서면서 '대쪽'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아들 병역 특혜 의혹으로 두 번의 시도가 모두 좌절됐습니다.
마찬가지로 교과서에도 등장할 만큼 반 총장에게는 '청백리' 이미지가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일단 검증대에 올라서 현미경을 들이대면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권 도전을 시사함으로써 예상치 못했던 도덕적 흠결이 나올 경우 미리 대처함으로써 본선에 대비한 예방 효과를 보겠다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도 당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간 치열한 경쟁 속에 어지간한 내용이 모두 제기되면서 본선에서는 충격파가 감소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발언 수위 조절하며 '데미지 컨트롤' = 반 총장은 26일 자신의 전날 발언이 과잉, 확대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지만 '수위 조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충격의 수준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외교관 특유의 '피해 대책'(damage cotrol)을 구사하며 국내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나아가 반 총장을 후보로 옹립하려는 친박 그룹의 움직임을 재촉하고, 경선이 아니라 추대 분위기를 형성하는 숙제도 던지고, 또 지지자들을 더욱 결집시키면서도, 정치적 운신의 폭이 제한되는 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신분을 감안한 다목적 발언이라는 것 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