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콜센터 `똑똑한` 변신
입력 2016-05-26 17:41  | 수정 2016-05-26 20:37
직장인 A씨(33)는 온라인 전용 상품인 'e-파워정기예금'에 가입하기 위해 KB국민은행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갔다. A씨는 가입을 망설이다가 관심 상품 등록만 하고 사이트에서 나왔다. 그런데 며칠 후 KB국민은행 콜센터에서 전화 한 통이 왔다.
A씨는 전화상으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콜센터를 통해 바로 가입했다.
은행 영업점에서 이뤄지던 금융 거래가 인터넷·모바일 등 '온라인 창구'로 옮겨가면서 '은행 콜센터'의 역할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걸려 오는 고객 전화에 단순 응대하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은 전문적인 금융상품 상담이나 상품 판매에까지 나서고 있다.
과거 영업점 창구 역할이 콜센터로 대거 이전되면서 콜센터가 고객과의 소통을 전담하는 핵심 접점이 된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콜센터라는 명칭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고객상담부'로 격상해 부르고 있다. 서울 양평동 소재 KB국민은행 콜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처리하는 업무는 비대면 입출금 통장 개설부터 펀드상품 상담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하루에 한 명당 80~100건의 업무를 처리한다.
신한은행도 최근 콜센터를 '디지털 컨택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화 상담 위주였던 과거 콜센터 기능에서 벗어나 앞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디지털 키오스크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넘나드는 디지털 상담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콜센터 기능이 이처럼 확대되면서 각 시중은행은 직원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3년 890명이었던 상담 인원을 작년 말 현재 1000명으로,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720명에서 900명으로 각각 늘렸다.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670명에서 790명으로 인원을 확충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KB국민은행 콜센터에서 직원이 고객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 [한주형 기자]
실제로 각 은행 콜센터는 과거와 같이 단순한 상담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최근에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업무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1차적으로 일반 상담을 진행한 후 추가 상담이 필요한 고객을 전문상담팀이나 자산관리상담팀으로 넘겨 2차 상담을 실시한다. 2차 상담 때는 펀드, 신탁, 퇴직연금 등에 대한 종합 상담까지 진행된다.
콜센터의 변신은 온라인 전용 금융상품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셀프뱅킹 시대다. 예·적금 상품은 물론 주택담보대출상품이나 신용대출상품 등 거의 모든 금융상품의 셀프뱅킹이 가능하다. 이들은 24시간 공휴일에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외에도 셀프뱅킹에 따른 절감된 비용을 고객에게 금리우대로 돌려주는 경우가 많아 인기가 많다.
고객 맞춤형 상품 판매를 해주는 기능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고객이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콜센터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 판매를 권유하는 시스템이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금융 상품 가입 의지가 있는 고객들을 확인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은 고객이 인터넷 뱅킹에서 상품을 살지 말지 고민한 흔적을 온라인 방문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상품 안내나 상품 판매를 주 업무로 하는 상담팀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 개설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따라 콜센터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온·오프 채널 연계 마케팅과 함께 콜센터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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