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종합]`아가씨` 박찬욱, 폭력 수위 얌전-동성애 파격
입력 2016-05-25 18:03  | 수정 2016-05-26 09:3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박찬욱 감독이 '얌전하게' 돌아왔다. 전작들과 비교해 폭력 수위가 높지 않다. 다만 여배우들의 동성애 장면이 상상한 것 이상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가씨'다.
박 감독은 25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언론시사회에 "내 영화치고는 아주 얌전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런 면에서 '실망했다'', '이거 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웃었다.
그는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어느 정도 폭력 묘사는 피해갈 수 없었다. 그 장면에서 눈을 가리거나 외면한 사람은 모르겠지만 잘린 단면을 보이거나 클로즈업 하는 장면도 없다"며 "소리와 표정으로 대신 넘어갔다. 이 정도는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는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했다. 3부로 이뤄진 '아가씨'는 등장 인물 각각이 서로를 속이고 속아 넘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담겼다. 박 감독은 공동제작자 아내의 추천으로 이 소설을 알게 됐고 영화화를 위한 강한 욕구를 느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원작에서 가장 반했던 점은 구조적 특징"이라며 "한 사건을 다른 눈으로 봤을 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진실을 알고 봤을 때와 모르고 봤을 때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구성을 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하녀가 아가씨의 치아를 갈아주는 장면이 좋았다"며 "영화로 그 장면을 보고 싶었다. 내가 안 만들어도 누가 만들어줬으면 했다. 여러가지 감정을 이끌어준 장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치아를 갈아주는 장면부터 하녀와 아가씨의 묘한 감정은 쌓여간다. 이후 등장하는 동성애 장면들은 수위가 높다.
박 감독은 "여배우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물론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며 "또한 서로 대화하는 형식을 띠길 바랐다. 정사 장면치고 말을 많이 하는 건 드물지 않나? 행동 그 자체가 일방적인 욕망의 분출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는 느낌으로, 교감하고 배려하는 느낌으로, 친밀감의 교류라고나 할까?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은유적 성적 묘사와 관련해 "실제 성적 행위가 아닌 데서 관능성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생활에서도 그런 일을 누구나 겪는다. 같이 밥을 먹고만 있어도, 길을 걸어도 관능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영화나 예술의 묘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감정이 숨겨져 있을 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정사신을 소화한 김민희와 김태리는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이 정확했다"며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관객도 무리 없이 이해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태 같은 취미가 있는 아가씨의 후견인을 연기한 조진웅은 "많은 걸 다 가진 사람인데 왜 그럴까라는 의심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접근했다"며 "분량이 작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백작은 장점만 보자면 '멋진 하루' 병훈과 닮았다"며 "그렇다면 병훈과 나는 무엇이 닮았는지 생각해봤다. 삶에 적극적이고 생존 본능이 강한 게 아닐까 한다"고 웃었다.
'아가씨'는 최근 끝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아 다녀왔다. 공식 부문 수상의 영광을 따내진 못했지만 류성희 미술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기술적인 성과를 인정하는 벌칸상을 받았다. 또 전세계 176개국에 판매되는 성과를 얻었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