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방황하는 재건축’ 그 뒤엔 분양가 고공행진 따른 일정 연기
입력 2016-05-24 15:56 
기존 아파트 철거 후 모습을 드러낸 서초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 공사현장. [이충우 기자]

비싸도 팔리는데 이익을 더 남기려면 굳이 빨리 분양할 필요가 없는 셈이죠.” 강남 개포지구 한 재건축 조합원의 말이다.
3.3㎡당 분양가 4000만 원 시대를 연 강남권을 비롯해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이어지는 강동 일대에서는 요즘 들어 일반 분양 일정이 다달이 밀려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강남 알짜 입지·한강 조망권 프리미엄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서초 잠원 일대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이다. 애초에 지난해 말 일반 분양 예정이던 이 단지는 거의 1년 가량 분양이 미뤄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로 분양 일정이 옮겨졌던 것이 9월로 넘어갔다. 애초에 일반 분양 분이 30여 가구로 적어 수익성이 낮다는 의견이 조합 내에서 나오면서 임대 물량의 면적을 넓혀 일반 분양분으로 돌리는 과정을 거치느라 시간이 걸린 데 이어 분양가 책정을 두고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인근 공인 중개소들에 따르면 현재 조합 내에서는 3.3㎡당 4500만원 선에서 분양가를 책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7월 분양 예정인 ‘디 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의 분양가가 4500만원 선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소식이 공공연히 퍼지면서 저울질이 다시 시작된 셈.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달 27일 견본주택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시기가 미뤄졌다”며 시공사가 추정 분양가 등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결정하는 것은 조합이다보니 건설사가 좌지우지할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잠원동 A공인 관계자는 일반분양분이 41가구 뿐인데 그나마도 한강이 내다 보이기 힘든 저층인데다 요즘 선호하는 판상형이 아닌 탑상형이다보니 투자자들이 조합원 물건에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며 다만 조합원 물량도 전용면적에 따라 2억7000만~3억원 선으로 추가분담금이 매겨진 상황이어서 조합원이나 투자자나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크로리버뷰의 호가 시세는 추가분담금을 제외하고 12억~13억5000원 선이다.
사정은 강남 개포지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달 27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던 ‘래미안루체하임(개포 일원현대 재건축) 역시 분양가를 저울질하면서 다음 달로 일정이 미뤄졌다. 3.3㎡당 평균 분양가 3760만원으로 분양했음에도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가 1주일여 만에 다 팔리자 애초 말이 오가던 수준보다 높은 3700만~3800만원 선으로 하자는 의견이 조합 내에서 힘을 얻으면서 일정이 연기됐다는 것이 업계의 말이다. 개포지구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높이기 릴레이가 진행 중인데 이는 조합 측에서야 당연한 이익추구행위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전매 차익 실현폭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동구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와 갈등을 겪으면서 일반 분양 일정 역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설계안 변경을 계획 중이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조합은 시공사 컨소시엄(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처음에 제시한 무상지분율 160선%를 지지하지만 시공사 측이 150%선으로 낮추는 바람에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게 된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분양가를 높여도 조합 측에선 상대적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무상지분율이란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경우 시공사가 어느 정도의 면적(대지지분 기준)을 추가 부담금 없이 지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업 진행이 빠른 단지에 투자하고 싶은 경우라면 조합과 시공사의 사업 진행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싸도 팔리는 게 요즘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시공사와 조합이 이익 뿐 아니라 손실도 나누는 ‘지분제인 경우 비교적 진행이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시공사가 사업주인 조합의 공사만 맡는 ‘단순 도급제 외에 조합과 시공사가 손익을 공유하는 ‘지분제 형식으로 진행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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