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대상선 용선료 연장전, 법정관리 위기…"해외선주 손실 불가피"
입력 2016-05-24 08:26 
사진=연합뉴스
현대상선 용선료 연장전, 법정관리 위기…"해외선주 손실 불가피"



해외 선주들과의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피 말리는 연장전에 돌입한 가운데 이달 중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글로벌 해운동맹체 가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결국 회사가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용선료 협상의 성패 가능성을 아직은 가릴 수 없는 상황인 가운데 현대상선 구조조정이 이해관계자들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향후 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 용선료 협상 타결 '난망'…당국은 실패 시 법정관리 원칙 고수

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지만 '설마…'하는 희망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배를 빌려준 선주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타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선주들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더는 받을 수 없게 되지만 다른 계약은 온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깎아주면 다른 해운업체들도 인하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주주와 투자자들로부터도 거센 항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대상선에 대한 의존도가 큰 그리스의 용선사 다나오스는 지난 18일 단체협상에서 "기존의 계약가치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선주들이 현대상선을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011년 대한해운, 2013년 STX팬오션 등 용선료 협상에 실패해 법정관리를 겪은 선례도 있습니다.

당국은 협상에 실패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협상 타결을 위한 당국의 지원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 대한해운·STX팬오션 법정관리시 선주들 큰 손실 '데자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로 갈 경우 선주들이 입을 손해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설득하고 있습니다.

금융권과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영업이 어려워져 결국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정관리 하에서는 현대상선 영업력의 핵심을 차지하는 글로벌 해운선사 동맹체에 가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주가 법정관리 진입 후 계약조건을 내세워 배를 회수해 가더라도 업황 부진으로 배를 빌려줄 선사를 쉽게 찾지 못할 것으로 해운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현대상선에 깎아준 용선료보다 더 싼 값에 배를 빌려줘야 하거나 아예 배를 빈 채로 놀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초대형 에코십은 용선료를 다소 낮추면 새 선사를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요가 적은 오래된 중형 이하 배는 철 스크랩으로 분해해 팔아야 할 수도 있다. 고철 값만 건지게 되는 셈입니다.

과거 대한해운과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로 선주들이 돈을 떼인 전례도 있습니다.

대한해운은 주로 석탄, 철광석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 위주로 영업을 해왔는데 전체 180척 중 140척이 빌린 배였고, 2007~2008년 초 해운 시황이 절정기일 때 고가에 장기 계약을 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배를 빌려준 해외 선박업체들은 용선료 인하 요구를 무시했고, 대한해운은 2011년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법원 주도의 채무 조정으로 선주들은 최종적으로 연체 용선료 채권액의 3%만을 인정받는 등 큰 피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액 5조8천억원의 32%에 달하는 1조9천억원을 해외 선주 22곳에 용선료로 지급했습니다.

영국계 조디악, 싱가포르계 이스턴퍼시픽, 그리스계 다나오스·나비오스·캐피털십매니지먼트 등 5개사에게 내는 용선료가 전체 용선료의 70% 수준입니다.

이 중 대한해운과 STX팬오션에게 용선료를 떼인 경험이 있는 그리스 선박업체 나비오스는 그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실제 이번 협상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대증권 매각 이후 밀린 용선료를 납부했기 때문에 연체금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연체는 이미 거의 해소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업황이 크게 악화한 데다 대형 선사들이 모두 가혹한 원가절감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해외 선주 입장에서는 대한해운과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2011∼2013년보다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습니다.

◇ "고통분담 없이는 구조조정 불가"…협상결과 귀추 주목

기업 구조조정이 주요 경제 쟁점으로 부각한 가운데 용선료 인하 협상의 성패는 전체 기업 구조조정 진행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없이는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현대상선의 채무 규모는 총 4조8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는 채권액(협약채권) 비중이 3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약채권액 비중이 낮으면 통상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대신 법정관리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 글로벌 동맹체에서 퇴출당해 회복할 수 없는 영업력 손실을 보기 때문에 법정관리로는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현대상선이 내놓은 정상화 방안은 애초 법원의 강제력으로 조정해야 할 채권은행, 해외 선주,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 간의 고통 분담을 법원 밖에서 협의를 통해 풀려 한 어려운 시도였습니다.

현대상선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고 사채권자의 채무조정까지 이끌어 낸다면 향후 다른 기업의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귀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구조조정 실패로 이어지고, 결국 향후 기업 구조조정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정부와 한은 사이에 의견이 대립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이슈도 결국은 고통 분담과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입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엄정한 책임 규명 및 고통 분담이라는 원칙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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