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딜라이브 대출연장에 국민연금 `딴지`
입력 2016-05-23 17:38  | 수정 2016-05-23 20:08
딜라이브(옛 씨앤앰) 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바뀔 위기에 처했다. 딜라이브 대주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맥쿼리, 미래에셋 등이 투자한 특수목적회사(SPC)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끌어 쓴 대출이 부도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올해 사명을 변경하고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고 있는 딜라이브가 대주주 리스크로 인해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 딜라이브가 채권단 손에 넘어가면 21곳에 달하는 채권단의 비효율과 방만경영으로 자칫 부실기업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 하나은행,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딜라이브 인수금융 채권단 21곳은 오는 27일 최종 회의를 열고 딜라이브 인수금융 차환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해당일에 차환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은 딜라이브 인수금융을 부도처리하게 된다. 이 경우 딜라이브 대주주 KCI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결국 딜라이브 경영권이 채권단 손으로 넘어간다.
딜라이브 대주주인 KCI는 2007년 회사를 인수하며 인수금융 1조5670억원을 끌어 쓴 상태다. 해당 인수금융 만기가 오는 7월로 다가오면서 올 초부터 채권단은 신한은행 등을 중심으로 차환을 시도하고 있다. KCI 인수금융 중 절반인 8000억원을 전환상환우선주(RCPS)로 출자전환하는 대신 남은 인수금융 규모를 8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2000억원 늘리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딜라이브에 직접 대출해준 대출금은 기존 6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줄어 딜라이브의 재무구조는 개선된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 일부 채권단이 해당 차환에 반발하며 27일 열리는 최종 회의에서 차환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국민연금은 이미 두 차례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논의했지만 모두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이 대주주 KCI 관계자들에게 손실 부담 등 추가 책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채권단 간 '내분'이 딜라이브라는 기업의 향후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딜라이브 경영권을 손에 쥘 경우 기업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며 "유료방송업계가 '총성 없는 전장'인 상황에서 이 같은 불확실성이 멀쩡한 기업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어난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반면교사다. 대우조선해양이 오랜 기간 채권단의 방만경영에 놓이면서 부실이 곪아 터졌던 사례가 재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채권단 기관이 21곳이나 되기 때문에 향후 경영권 행사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져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전용주 대표는 지난 4월 사명을 씨앤앰에서 딜라이브로 변경하며 "차별화된 콘텐츠와 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을 통한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며 경영 쇄신에 나섰다.
딜라이브는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올해 들어 가입자 수를 지난해 말 228만명에서 지난 2월 말 230만명으로 늘리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내분을 겪고 있는 채권단이 '기업 생존'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막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우람 기자 / 김효혜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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