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1월 선임된 쩐 다이 꽝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 등 베트남 새 지도부가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베트남 방문 기간 중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들은 올해 새롭게 선임된 베트남 핵심 인사들이다.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 ‘빅4 집단지도 체제를 택하고 있는데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서기장만 연임되고, 나머지 3명은 모두 교체된 바 있다. 특히 베트남은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시기에 맞춰 예정보다 3개월 앞당겨 국가 지도부 개편작업을 마무리하며 미국·베트남 정상회담을 준비해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경제협력 등 양국 핵심현안을 논의하려면 신임 지도부가 나서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 지도부가 역사적인 미국·베트남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국제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베트남 지도부의 친중(親中) 보수성향 이미지를 벗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지난 1월 베트남 전당대회에서 주요 관심 포인트 중 하나는 응우옌 떤 중 전 총리의 거취 문제였다. 10년간 행정부를 이끌며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개방 정책을 주도한 그가 보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결론은 사퇴였다. 그가 대표적인 친미 성향 총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이 미국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연임에 성공한 응우옌푸쫑 서기장, 새 국가주석과 총리가 중도 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돼 친미(親美) 개혁파 퇴장과 친중(親中) 보수파 부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지도부가 미국·베트남 정상회담에 직접 나서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면서 친중(親中) 보수성향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앞으로도 개혁·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는 점을 전세계 널리 알린 것으로 평가된다. 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남아대양주팀 전문연구원은 베트남의 기본적인 외교정책은 실용주의로 친미·친중도 아닌 중립 성향이지만 응우옌 떤 중 전 총리가 퇴장하면서 새 지도부가 친중으로 비춰지는 경향이 강했다”며 이번 미국·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새 지도부가 정면에 나서면서 이러한 인식을 바꿔놓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용승 아시아순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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