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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칸 인터뷰] 박영주 감독 “90번 실패 끝 단 한 번의 기회, 자신을 믿어라”
입력 2016-05-21 07:01 
90번 실패 끝 단 한 번의 기회, 내 자신을 믿어라.”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학생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진출한 신예 박영주(32) 감독이 지난 19일(현지시각) 오후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한 그의 얼굴엔 시상식을 앞둔 부담감 보단 한국에서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일에 대한 걱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박영주 감독은 동국대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다. 영화 시나리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는 공모전만 대략 90번 정도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지원하며 그렇게 영화 감독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가족들은 그의 도전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박 감독의 아버지는 딸의 첫 투자자이기도 하다.

이번에 초청된 그의 작품은 ‘1킬로그램. 박 감독은 자신에게 가장 큰 시련이 찾아왔을 무렵 친구에게 편혜영 작가의 단편집 ‘밤이 지나간다를 추천받았다. 책속의 8편 단편 중 ‘해물 1킬로그램이 이번 칸 진출작의 원작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칸 영화제에 온 소감은?
해외여행을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기분이 무척 좋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에서 니스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내려서 여기가 맞나, 안 맞나 확인도 하고 얼떨떨 하다.”

- 자신의 작품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이유가 뭐라고 보나?
아이 잃은 엄마의 영화다. 슬픈 사랑과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

- 국내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칸의 부름을 받은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부모님들과 친척, 그리고 지인들이 신기해하고, 칭찬했다. 공모전에 많이 떨어지고 흔들리지 말자 했는데 이런 결과가 올 줄, 얼떨떨 하다. 영화제 초청은 감하한 일이다. 심사위원들의 취향이 큰 것 같다.”

- 향후 또 다른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 초청 받고 싶은가?
불러주면 정말 영광이겠지만, 영화제를 위한 영화를 만드는건 내게 있어 의미가 없다.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지?
즐거운 장르는 다 좋아한다. 코미다, 멜로, 스릴러 등등 아무래도 관객들이 재미있게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1킬로그램에 출연한 이승연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여자 주인공을 원톱으로 한 사람의 심리를 보여주고자 영화를 시작했다. 캐스팅을 고민하다가 박정범 감독의 ‘산다에서 이승연 배우의 연기를 봤다. 만나고 싶어 수소문했다. 실제로 마주하니 이승연 배우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화면 속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 롤모델이 있나?
빌리 엘리어트 감독의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그의 연출법이며, 미술 완성도 등 그런 섬세한 부분들이 좋고, 영화를 다 봤는데 공을 정말 들인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처럼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고 싶다.”

- 자신만의 시그니처(signature) 샷이 있는가?
잘은 모르겠지만 다른 분들은 내 작품을 보면 ‘이건 박영주 작품이네라고 하신다. 아마도 내가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게 보이나 보다.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많다. 이번 작품도 아이 잃은 어머님의 심리를 알고자 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레퍼런스 했다.”

- 지금 가장 고마운 사람은?
자신의 원작을 영화로 제작할 수 있게 흔쾌히 허락해준 편혜영 작가님에게 정말 감사하다.”

-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의 첫 번째 투자자인 아버지께 정말 감사하다. 딸이 영화를 한다고 하니 돈을 빌려주셨는데, 사실 정말 어렵게 영화를 찍는 분들이 많아 조심스럽다. 나를 믿고 투자해준 아버지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영화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뭐든지 하면 된다고 생각해달라. 나 역시 공모전에 90번 넘게 떨어졌다가 한 번의 기회를 잡은 것처럼 하면된다. 여러 환경들로 인해 힘들겠지만 그냥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자신에 대한 격려가 가장 중요하다.”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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